초연결의 4차 산업혁명에서 기존 세상은 분해돼 초융합된다. 연구-생산-영업-관리의 가치사슬이 내부에서 연결된 파이프라인형 기업은 플랫폼 기업과 무수한 롱테일 기업들의 개방 생태계로 재편되고 있다. 기업의 계층 조직은 분해돼 유연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다. 개인의 일자리도 분해돼 조각난 일거리들의 연결인 긱(gig)워크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초연결과 초융합의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정신을 앞서가는 국가와 거스르는 국가의 미래는 자명하다. 19세기 조선의 역사가 미래의 거울이다.
사회·기업과 일자리의 분해와 융합의 미래 모습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복잡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호작용과 개방성이 급증하는 초연결과 초융합의 4차 산업혁명에서는 필연적으로 복잡계의 자기 조직화가 창발하기 때문이다. 이제 상호작용과 개방성과 복잡계의 관계를 살펴보자.
우선 상호작용을 살펴보자. ‘Y=aX’라는 간단한 일차방정식은 누구나 풀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a가 상수가 아닌 경우에는 혼돈의 복잡계가 된다. 강과 강물의 관계는 딜타이의 말 대로 강물의 흐름은 강의 형태를 따르나 강물의 흐름은 강의 모양을 바꾸는 상호작용의 복잡계다. 즉 일방 지시의 사회는 단순계이나 서로 협의하는 상호거래의 사회는 본질적으로 복잡계가 된다. 시장경제에서 시장 가격은 정부의 지시가 아니라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 정보의 비대칭과 협상력의 불균형 등 공정거래의 문제가 해결되면 시장은 가격을 통해 경제 전체를 최적화한다. 국가 통제의 계획경제가 상호작용의 시장 경제에 퇴출된 것은 사회가 복잡계이기 때문이다.
한편 개방성은 복잡계를 촉진하고 자기 조직화한다. 자급자족의 폐쇄 경제는 중세 조선과 같이 제로섬의 정체 구조가 되나 플러스섬의 열린 개방경제는 예측이 어려운 복잡계가 된다. 개방 무역으로 국부는 증진되나 통제는 힘들어진다. 독재자들이 단순한 폐쇄된 국가 통제시스템을 추구하는 이유다. 그런데 그 결과는 국가 전체의 추락으로 귀결된다. 일찍이 칼 포퍼가 전체주의를 비판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닫힌 시스템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들어낸다’고 포퍼는 공산주의를 강력 비판했다. 단순계에 기반한 계획경제는 이해하기 쉽기에 거대한 역사적 실패를 거치고도 추종되고 있다. 복잡계에 기반한 시장경제는 이해하기 어렵기에 거대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비난받고 있다. 시장경제의 장단점 강화를 위해 복잡계의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자연계는 소위 무질서도인 엔트로피의 증가라는 열역학 제2 법칙이 지배한다. 조직은 통제와 규율이 없으면 붕괴하고 국가는 피폐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열린 복잡계에서는 외부의 개방 에너지가 유입되면서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내는 자기 조직화가 무질서도를 낮춘다. 생명현상은 무질서도의 증가라는 자연계 순리에 반해 스스로 질서를 만드는 역리인 것이다. 단순계의 질서가 통제와 규율로 유지된다면 복잡계의 질서는 개방 경쟁을 통한 자기 조직화로 진화한다. 자기 조직화는 4차 산업혁명에서 일어나는 초융합 현상들을 설명하는 기본 원리다. 원인과 결과라는 기계적 사고에서 도전과 반응이라는 유기적 사고로 전환될 때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정책이 제대로 보이게 된다.
초연결의 4차 산업혁명에서 기존 기업과 일자리는 요소 단위로 분해돼 최적의 구조로 초융합된다. 초융합은 바로 복잡계의 자기 조직화 구조가 된다. 기업이 경쟁력 없는 부문을 외부화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결국 부가가치의 함수인 일자리는 증가한다. 정부가 일자리를 보호하는 단순계 정책은 전체 일자리를 줄이나 일자리의 창조적 파괴를 통한 자기 조직화는 전체 일자리를 증가시킨다
사회 전체를 최적화하는 자기 조직화의 국가 인프라는 초연결과 초융합을 뒷받침하는 자율과 경쟁의 원칙, 즉 정보의 개방과 시장의 유연 안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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