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지난달 25일 예멘인 총 486명의 난민심사를 시작했다. 난민 인정심사 첫 결과는 이달 중순께 나올 예정이다. 예멘이 내전 중인 상황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난민을 인정해야 한다는 인권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난민신청자와 난민인정 후 사회적 혼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실제로 난민을 인정한 지난 2001년 이후 5월까지 누적 신청자는 4만470명인데 이 가운데 4%(839명)가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난민 수용 찬성 측은 난민 혐오와 편견의 시각에서 벗어나 난민인정 비율을 세계 평균 수준(38%)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난민들이 이주민 차별에 불만을 표출하거나 내국인과의 일자리 경쟁 등 갈등이 나타날 경우 사회·안보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근 이주민 관리나 난민대처 문제가 유럽을 넘어 국내에서도 외교·안보 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다. 21세기 메가트렌드다. 제주도에 무사증으로 입국한 난민들의 경우 인도적 지원과 법적 보호를 필요로 하는 무고한 피해자들도 포함될 수 있다. 이들을 방치하거나 배척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사회통합 문제가 대두할 수 있기 때문에 감성적이고 인도주의적 관점으로만 접근할 수도 없다.
유럽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체류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난민들의 사회적·경제적 영향이 확대돼 수용국가에서 내국인과 이주민의 갈등 문제는 지역 차원의 불안정이나 범죄·분쟁을 촉발 또는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의도일지라도 결국 사회불안, 즉 안보위협 등으로 부메랑이 돼 나타나는 현상들이 우리 일상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제주도의 예멘인 난민 문제도 비록 내전을 피해 난민이 된 인도적 피해자들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난민들이 안보위협의 주요 행위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 정치적인 관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랫동안 단일민족국가로 이어온 한국의 체류 외국인 인구는 올해 6월 말 기준 200만명을 넘어 전체인구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영국의 체류 외국인 비율 8%, 프랑스 6%에 비해 적은 비율이지만 1990년 5만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수가 2011~2015년 연평균 8%가 증가한 것이다. 오는 2021년 한국의 총인구는 5,156만여명으로 예상되고 이 중 체류 외국인 수는 300만명에 달해 전체 인구수의 5.82%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규모 및 신상파악이 어려운 불법체류자들을 감안하면 한국 내 외국인 거주자들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난민신청자들도 세계도처에서 발생하는 내전과 정정불안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현실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 때 관광 활성화를 위해 90일짜리 무비자 허용으로 입국한 1만1,635명의 외국인이 무비자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아직 국내에 불법체류 중이고 지난달 25일에는 낚싯배를 타고 제주도에서 전남 장흥으로 빠져나가려던 중국인과 운송책 5명이 검거된 것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육지 및 다른 지역으로 불법적인 이탈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더구나 최근 싱가포르 등 아태 지역에서도 난민과 밀입국자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은 머지않아 더 많은 한국행 난민행렬이 현실화될 확률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난과 테러 등으로 반이민 정서가 증가하는 유럽의 경우 이민과 무슬림의 문제가 유럽연합(EU) 존폐의 최대위협으로 간주되면서 이민자들은 자국으로 돌아가라는 반발감이 커지는 실정이다. 우리는 유럽을 충분히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물론 아직 아프리카처럼 난민이 분쟁을 촉발시키거나 서구 유럽에서처럼 이민자들에 의한 인종 소요사태나 난민들로 인한 테러 위협이 가시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이주민들이 느끼는 차별에 대한 불만·편견 및 일자리 경쟁으로 인한 사회 갈등은 얼마든지 촉발될 수 있는 문제다.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으로 불법이주민 관리와 난민대처 등 인구이동 문제가 한국의 사회·안보적 문제로 대두할 수 있음이 예고되는 것이다.
특히 제주도의 우려처럼 불법이주자의 확대로 인한 사회의 불안정 현상 및 인종·종교·문화·경제적 측면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들은 전쟁이나 국가 붕괴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하는 전통 안보 문제와는 달리 특정한 계기와 맞물리게 되면 거시적 국가안보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신흥안보 이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난민과 이주 문제가 지금까지 인본주의적 관점으로 사회정책의 범주에서 논의됐다면 이제는 안보정책의 범주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즉 자발적·강제적 인구이동으로 인한 이득과 폐해를 동시에 살펴야 한다. 특히 이주민과 내국인의 사회통합 이슈, 불법체류자 관리 문제와 내국인 노동자와의 일자리 경합으로 인한 사회불안 확대, 외국인 노동인력 확대로 종교적·문화적 갈등발발 가능성, 전염병 전파로 인한 보건안보 문제증가 등 예기하지 않은 부정적 여파에 대한 사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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