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검 미사일이란=헬리콥터에 탑재되는 국산 공대지미사일의 가칭이다. 사거리가 8㎞로 육군 항공대가 보유, 운용하고 있는 토(TOW) 대전차 미사일(3.75㎞)보다 두 배 이상 길다. 발사 중량은 35㎏으로 토(23㎏)보다 무거워도 직경 150㎜에 길이 1.5m로 토(152㎜·1.4∼1.5m)보다 외양이 날렵하다. ‘한국형 헬파이어(미국의 대표적인 대전차 미사일)’로 불리지만 외형은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ER(사거리 연장형)을 쏙 닮았다.
유선 테이터 링크를 활용하는 ‘발사 후 갱신(fire&update)’으로 발사된다. 필요시 광케이블 유선을 끊으면 탄두에 내장된 탐색기(시커)가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가는 발사 후 망각(fire&forget)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군은 천검 미사일을 구형 500 MD와 코브라 공격헬기를 대체할 국산 LAH에 탑재할 계획이다. 개발비는 1,618억원. 군은 이 미사일의 개발 완료 시점을 2023년으로 잡았었다. LAH 개발 이후로 연동시킨 것이다.
◇개발 일정 왜 당기나=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군이 다급하다. 헬기 노후도 문제지만 더 시급한 과제가 있다. 탄의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돼 보이지 않는 전력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을 맞았다. 지난 1982년 처음 도입한 구형탄을 교육용으로 빠르게 쓰고 있지만 1990년대에 들여온 탄(TOW 2A)에서도 불발이 나오고 있다. 이미 단종된 탄이라 공급자의 후속 군수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다. 신규 해외 도입도 시간이 걸리고 국산화가 가장 빠른 해법이다.
두 번째는 전력 유지. 소형 무장헬기인 500 MD의 도태가 진행되며 수명이 더 남고 기체가 상대적으로 큰 코브라 헬기 전력이 사거리 8㎞의 대전차 미사일(천검)을 탑재하면 전력 손실을 그나마 줄일 수 있다. 세 번째, 보다 내실 있고 빠른 LAH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무장이 검증됐다면 신형 기체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전력화도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브라 헬기가 도태되는 경우 장착했던 천검 미사일은 떼어내 LAH에 붙이면 그만이다.
여기에 기대하지 않은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LAH의 원형 모델이 유로콥터사의 구형 모델이라는 점에서 수출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지만 신뢰도가 검증된 무장을 갖춘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침 보병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인 현궁에 대한 반응이 좋다는 점에서 수요와 관심이 새로운 수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정 단축할 만큼 기술 뒷받침될까=천검의 개발 일정을 앞당긴다면 기술적으로 가능할까. 국방과학연구소(ADD)나 개발에 참여한 업체들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올해부터 실전 배치가 시작된 현궁을 개발하면서 축적한 기술 기반이 있는데다 서북도서의 해병대가 ‘천검’과 비슷한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미사일 운용 경험도 쌓았기 때문이다. 천검과 코브라 헬기를 통합하는 데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코브라 헬기 제작사인 미국 벨사도 천검과 관련한 기술지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1980년대 중후반에 도태시킨 코브라 헬기를 아직도 운용하는 나라가 9개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작사로서도 자사의 후속 군수지원은 물론 기술지원까지 홍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로운 무장을 장착하는 데 벨사의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이 마케팅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쓰임새 많은 천검 미사일=개발이 완료되면 천검 미사일의 쓰임새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 지형에서 장거리 포화를 주고받는 전차전을 치를 장소는 거의 없지만 각종 장갑차량에 장착할 경우 적전차에 대한 원거리 타격이 가능하다. 보급되기 시작한 소형 전술차량에도 탑재할 수 있다. 기동성을 십분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미사일이 배치된 서북도서 같은 곳에서 상륙정을 저격하는 해안 거점 방어무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무인기에 장착하면 공격헬기가 갖는 위력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정익·회전익 항공기 국산 미사일 장착 시대 ‘눈앞’=한국은 해군의 전함정과 초음속 경공격기에 이어 4.5세대 전투기까지 생산하는 나라로 발돋움했으나 항공 무기는 이제 첫걸음을 뗐다. 그러나 발전 속도는 빠른 편이다. LAH에 앞서 코브라 헬기에 천검 장착을 시작으로 KF-X에 실릴 한국형 타우루스 공대지미사일이 개발되고 단거리 및 중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선보일 2030년대 이후에는 한국도 고성능 항공무장을 고루 생산하는 나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투기와 공격용 헬기뿐 아니라 무장까지 생산하는 국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40년 만에 다시 등장할 대전차 로켓=군의 대전차 전력에서 또 하나 주목할 무기가 있다. 바로 한국형 대전차 로켓. 천검 미사일뿐 아니라 이 무기도 곧 나온다. 탐색개발을 마치고 내년부터 체계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비편제 화기인 구형 무반동총과 미국제 M72 LAW(경량 대전차 무기·후기 도입분은 터키의 면허생산품)에서 토 미사일, 러시아제 메티스M 대전차 미사일, 독일제 판저파우스트 3(대전차 로켓)을 거쳐 천검과 현궁 미사일, 대전차 로켓이라는 국산 대전차 무기 3종 세트의 완성이 훌쩍 다가온 셈이다. 종류가 백화점식으로 많고 수적 주력인 한국전쟁형 대전차 화기가 뒤늦게 현대화하고 통일화하는 과정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정리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개발한 단거리 대전차 로켓이 양산에 이르면 ‘40여년 만의 국산화’라고도 볼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1976년 ‘휴대용 대전차 화기(KLAW)’ 개발에 착수해 1979년 시제품을 선보였으나 1980년 신군부세력이 등장하면서 계획 자체가 무산됐다. 중량과 크기에 비해 관통력이 약하다는 지적과 재장전식이 아니라 일회용 발사관으로 소요를 바꾸는 통에 무산됐던 것. 대전차 로켓은 기술적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2020년대 초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 착수 이래 40년의 세월을 기다린 국산 대전차 로켓의 성능은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스웨덴제 AT-4이나 칼 구스타프보다 우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을 비롯해 한국 시장을 넘봤던 외국 업체들은 한국군의 요구 수준이 너무 높아 진입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핵심부품인 조준경의 성능과 관통력이 세계 톱클래스인데다 100% 국산이어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수출 유망품목으로도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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