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장은 지난 5월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을 때를 비롯해 서울경제신문과 여러 차례 인터뷰를 가졌다. 현안을 꿰뚫는 감각은 탁월했고 미래비전도 분명했다. 인터뷰 내용은 지난 5월16일, 지난해 6월20일 등을 기준으로 정리했다. 분야별로 문 의장의 탁견을 들어봤다.
◇“靑, 국회에 협치 손 내밀어야”=문 의장은 문재인 정부가 무엇보다 국회와 협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국회와의 협치”라며 “정부 여당이 함께 앞장서서 야당에 협치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교체 이후 지난 1년간 청와대가 국정 이슈를 주도해왔다면 이제는 각종 제도적 입법을 통해 완성해야 하는 국회의 계절이 왔다”며 후반기 국회의 책무와 역할을 역설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촛불혁명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입법은 결국 국회에서 법률 개정과 인준 절차를 밟아야만 완성될 수 있다”며 국회와의 적극적인 협치를 주문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장은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는 “역대 대통령 모두 집권 3년차에는 입맛에 맞는 정보만 올라오고 그 누구보다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자기만 옳다는 독선에 빠지기 쉬울 수밖에 없다”며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애정 어린 고언도 잊지 않았다.
◇“與도 靑 견제할 수 있어야”=여당과 야당을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여당은 국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청와대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의 시녀나 거수기로 전락하면 결국 청와대가 독선으로 빠져 망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문 의장의 비유는 적절했다. 그는 “여당은 가난한 집안의 맏아들처럼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동시에 동생들(야당)에 대한 질책은 가급적 아끼는 대신 보듬고 다독이면서 이끌어가야 한다”며 여당의 ‘맏형 리더십’을 주문했다. 문 의장은 “강력한 야당의 존재는 대통령과 여당에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매달리지 말고 정부가 잘한 것은 과감히 칭찬하고 밀어주는 야당다운 야당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의장에게는 많은 숙제와 난제가 놓여 있다. 현안마다 충돌하는 여야를 중재하면서 20대 후반기 국회를 이끌어가야 한다. 그는 “지금처럼 여야가 서로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채 죽기 살기로 싸운다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며 “여야가 몸싸움이 아닌 갑론을박의 말싸움을 통한 정책 경쟁으로 20대 국회를 펄펄 살아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남북 국회 회담 추진”=문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작업에 발맞춰 국회의 역할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은 물론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경제협력 등의 합의에 대해 미국 의회를 설득할 수 있도록 대미 의회외교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또 주변국인 중국·일본·러시아 등과의 국회 회담과 의원외교를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는 동시에 남북 국회 회담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총 투표수 275표 중 259표를 얻었다. 문 의장은 수락연설에서 “후반기 국회 2년은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가 될 것임을 약속드린다”며 “새 정부 출범 1년차는 청와대의 계절이었지만 2년차부터는 국회의 계절이 돼야 국정이 선순환할 수 있다. 개혁·민생입법의 책임은 정부 여당이 첫 번째다. 야당 탓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송종호·김현상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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