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영국 방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계획을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메이 총리에 등을 지고 사퇴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을 “훌륭한 총리감”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초청국 정상을 겨냥한 이례적인 외교 결례이자 영국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지적되며 영국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공개된 영국 일간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소프트 브렉시트(브렉시트 후 EU 단일시장 잔류)가 미국과의 주요 교역기회를 날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미국대사관에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총리에게 어떻게 하면 교착 상태인 (브렉시트) 협상을 더 완강하게 끌고 갈지 조언했지만 그는 내 발언을 무시하고 다른 방향으로 갔다”며 “그 결과는 매우 불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 정부가 거래를 그렇게 끌고 간다면 그건 (미국이) 영국이 아닌 EU와 협상한다는 이야기”라며 “그렇다면 거래는 깨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무역이 위축될 것을 대비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논의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영국 총리의 기반 약화를 노린 전례 없고, 비외교적인 개입”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소프트 브렉시트’에 반발해 최근 사퇴한 존슨 전 장관에 대해 훌륭한 총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하기도 했다. 존슨 장관은 유럽연합(EU)으로부터 국경통제권과 사법권을 온전히 회수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해왔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에티켓 기준을 찢어버렸다”며 “그는 메이 총리와의 관계를 로널드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에 비유했지만 이제 이러한 비교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집권 보수당 강경파가 소프트 브렉시트에 반발해 내각 불신임 투표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은 메이 총리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메이 총리와 정상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더선과의 인터뷰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은 빠진 가짜 뉴스”라고 말하며 수습에 나섰다. 이어 “메이 총리와 정말로 좋고 강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하며 “영국이 브렉시트와 관련해 무엇을 하든 괜찮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교역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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