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증선위의 징계조치는 금감원이 정권교체 직후 특별감리에 들어간 지 1년7개월 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그동안 감리위원회 회의만 세 차례 열렸고 증선위도 다섯 차례나 열렸다. 그래놓고 핵심쟁점을 애써 비켜간 반쪽짜리 결론을 내놓았으니 무책임하다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증선위의 징계수위를 놓고도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적지 않다.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분식회계 혐의도 아닌 비상장사의 공시 누락이 과연 검찰 고발로까지 갈 만한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증선위가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사상 초유의 재감리 결정을 내린 의미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감원의 공언과 달리 회계처리 방법을 부당하게 변경해 자회사의 가치를 임의로 평가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관측이 많다. 금감원의 조치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위법행위를 특정해야 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다”며 위반 혐의를 엄격하게 밝히라는 증선위의 설명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투자자와 바이오업계가 떠안게 될 불확실성이다. 재감리에는 다시 수개월이 걸리는데다 회사 측은 검찰 수사까지 받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하락하고 해외 수주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도 당연하다. 투자자들은 손해를 봤다며 집단소송을 벼르고 있으며 해외 투자자들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까지 ‘삼성 봐주기’라거나 ‘정경유착의 몸통’이라며 개입하고 있으니 우려스럽다.
우리가 그동안 줄곧 지적해왔듯이 바이오 산업의 회계평가는 고유의 특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금융당국은 공정하면서도 신속하게 감리절차를 진행함으로써 시장의 동요를 막고 투자자들의 불안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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