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2년간 30% 가까이 오른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무리한 정책이다.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나서겠다는 것도 눈앞의 현실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당에서 기껏 들고 나온 해법이 노동계에서 줄곧 주장해온 대기업과 건물주의 갑질 척결이라니 집권당의 자질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집권세력이 국민을 ‘갑·을·병’으로 나눠 갈등과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대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본질을 호도하는 행태야말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런 와중에 정부도 만만한 기업들을 쥐어짜는 데 골몰하는 분위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가맹본부 불공정행위를 조사해 가맹점주의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대기업 납품단가에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해야 한다”면서 노동계에 ‘소상공인상품구매운동’까지 제안했다. 경제부처 장관들이 노골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면서 기업을 옥죄는 대증요법에 매달리는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사태의 본질은 준비가 안 된 최저임금제를 대선 공약이라며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정책의 완급을 조절하고 이해관계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정공법이 필요하다. 여권은 국민의 불쾌지수가 갈수록 높아지는 게 비단 폭염 탓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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