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16일 혁신비상대책위원장 후보자로 김병준(사진) 국민대 명예교수를 확정했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교수를 비대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대행은 “김 교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아 참여정부의 정책 혁신을 주도했고 학자적 소신으로 냉철한 현실 인식, 날카로운 비판 정신을 발휘했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투철한 현실 인식과 치열한 자기 혁신인 만큼 김 교수가 비대위를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자회견 직전 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행은 “김 내정자를 중심으로 당 변화와 혁신, 쇄신의 대수술이 시작될 것”이라며 “이 수술로 변화와 자기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체질개선에 머뭇거리지 않는, 날카로운 내부 비판과 치열한 내부 논쟁을 주저하지 않는 한국당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당은 앞서 이날 오전 의총을 열고 의원들을 대상으로 비대위원장 후보 선호도 조사를 진행했다. 참석 의원 대부분 김 교수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는 당내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박찬종 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을 선호했지만 김 교수가 친박계는 물론 초·재선 의원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 점을 고려해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은 김 교수의 넓은 정치 스펙트럼이 대여투쟁을 이끌 수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 탄핵 정국 당시 ‘마지막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정치 조언가로 한국당 진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가감 없이 전하며 보수층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친노계 인사로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고 교육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 한국당 중진 의원은 “현 정부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으로 현 정권 비판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며 “친박계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어 당내 갈등도 잠재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후보 확정을 매듭지음에 따라 한국당은 본격적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행의 거취를 두고 갑론을박하던 의원들이 ‘재신임’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당내 분란도 진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비대위 출범을 두고 당내 불만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김병준 비대위’에 얼마나 힘이 실릴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부 친박 및 중진 의원들은 비대위 체제가 ‘인적 청산’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비대위 권한과 활동 시기 역시 추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김 대행을 비롯한 비박계는 비대위원장이 인적 쇄신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전권형을 주장하는 반면 친박계는 조기 전당대회 실시를 전제로 최소한의 당무만 맡는 관리형 비대위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행은 “김 교수를 모시는 부분은 ‘혁신 비대위’로 가는 것”이라며 전권형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활동 기간을 두고는 “혁신 비대위가 당 쇄신과 변화의 역할을 다한 뒤에도 무한정으로 늘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당은 17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김 교수를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하고 추인 절차를 진행한다. 오는 23일까지 비대위원을 정하고 24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 구성을 완료할 방침이다.
/송주희·류호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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