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저를 보고 사람들이 ‘어, 엘이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어, 김명수다’라는 말도 듣고 싶어요. ‘엘’을 잡기 위해 김명수가 열심히 해야겠지요. 가수로는 엘로, 배우로는 김명수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나치게 젊어 보이기는 했지만 진짜 판사다웠다. 현실에도 이런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궁금해질 정도였다. 문유석 판사가 집필한 동명의 책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 원칙주의자 판사 임바른 역할을 맡은 김명수(26)는 “판사라는 직업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서 실제 재판에서 좌배석·우배석 판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견학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가 맡은 임바른 판사는 ‘점수가 남아서’ 서울법대로 진학하고 ‘남에게 굽실거리며 살기 싫어서’ 법원에 온 개인주의 판사. 판사 개인의 동정심과 섣부른 선의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권력남용이라 여긴다.
김명수는 임바른과 얼마나 닮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개인주의·원칙주의 성향은 약간 닮은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임바른처럼 마음의 소리를 듣기만 하지는 않는다고.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상황이 허락하는 한도 아래에서는 꼭 꺼내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김명수는 ‘미스 함무라비’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한 판사라는 직업에 대한 느낌도 털어놓았다. 그는 “사건 하나하나를 감정을 숨긴 채 법이라는 렌즈로 바라봐야 하는 점에서 고충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미스 함무라비’는 그의 첫 주연작. 부담이 없을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김명수는 “오히려 더 당당해지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두 살 연상의 선배이지만 극 중에서는 그의 후배로 설정된 고아라에게 작중 배역의 이름인 ‘오름아’라고 말을 놓기도 했다고. 그는 “심리적인 부담도 컸고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주연이기에 사소하지만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함께 연기했던 성동일과 고아라에 대한 감사도 표현했다. “막내로서 ‘분위기 메이커’가 돼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촬영장 분위기가 워낙 밝아 그럴 필요 없이 리액션에만 집중했어요.”
사전제작 시스템도 그의 부담감을 덜어줬다. 매 회차 시청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연기를 곧이곧대로 가져갈 수 있었다고 한다. 김명수는 “캐릭터를 믿고 흐트러지지 않은 채 생각한 대로 연기할 수 있었다”며 “흔히 이야기하는 ‘캐릭터 붕괴’가 없었다는 점은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방영 이후에도 댓글을 매주 보는 편인데 ‘진짜 임바른’ 같다는 말에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며 “법률 용어가 자주 등장해 감정이나 발음 전달이 생각처럼 안 됐다는 것은 살짝 아쉽다”고 덧붙였다.
어느새 데뷔 9년 차. 함께 데뷔했던 인피니트 멤버들 중 소속사가 바뀐 멤버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연차에 대한 생각이 없어졌다”며 “오히려 더욱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만 늘었다”고 밝혔다. 슬럼프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기 객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그릇에 넘치게 넣어봐야 최대치가 표면장력까지”라며 “정해진 할당량을 채우며 객관화를 하니 조금씩, 하지만 계속 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기작을 빨리 정해 올 하반기 안에 촬영을 시작하고 싶어요. 물론 그 전에 방송을 다시 보며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야겠지요. 발매 계획은 잡히지 않았지만 솔로 앨범도 준비 중입니다. 발라드 외에도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요. 다 이뤄지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 노력하다 보면 저절로 ‘엘’과 ‘김명수’의 소프트웨어도 업데이트되리라 생각합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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