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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맨투맨’ 마크한 양승태 사법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이재화 변호사가 1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상고법원 도입을 숙원사업으로 밀어붙이던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국회 ‘청부입법’을 추진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실·국장을 붙여 ‘맨투맨’으로 마크한 정황이 드러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이재화 변호사는 1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문건은 ‘상고법원 공동발의 가능 국회의원 명단 및 설득전략’이란 제목의 문건으로 2014년10월19일 작성됐다. 사법부 특별조사단이 3차 조사 때 검토한 410개 문건 중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이 변호사가 확인한 문건에는 다시 법원행정처가 국회를 통해 상고법원 도입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전략적으로 접촉한 정황이 드러났다. 먼저 문건에선 국회의원들을 ‘개연성 그룹’ ‘가능성 그룹’ ‘주요 설득 거점의원’으로 분류했다. 개연성 그룹의 의원들은 가능성 그룹보단 가능성 낮지만 잘 접촉하면 설득할 수 있는 의원들로 보인다고 이 변호사는 전했다. 설득 거점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상고법원 찬성 여론을 확산시킬 수 있는 의원으로 풀이된다. 거점의원으로 박범계·박영선·박지원·이춘석·최원식·서영교 의원 등 주로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언급됐다고 이 변호사는 전했다.

특히 상고법원 입법안 공동발의가 가능할 것 같은 의원들에게는 법원행정처 실·국장을 전담으로 붙이는 계획을 내놨다. 이 같은 계획은 실제로 얼마간 실행된 것으로 관측된다. 문건에서는 서명날인 목표를 100명으로 잡았는데 실제로 그해 12월 19일 홍일표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168명이 서명해 상고법원 도입 법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문건을 보면 의원들이 자유로운 의사로 서명한 게 아니라 법원행정처가 맨투맨 작업을 해서 서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국회의원들은 중앙·지역선관위원장을 맡는 사법부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으니 이같은 로비는 의원들의 입법 발의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장이 실무관에게 이런 문건을 만들게 한 것,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의원을 일일이 접촉해서 시킨 것 모두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 법원행정처가 2014년12월22일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추진관련 민변대응전략’ 문건에는 상고법원 반대 여론 무마에 조국 현 청와대 민정수석(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었다고 이 변호사는 전했다. 조 수석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영향력 있는 진보인사가 “상고법원이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정도로만 의견을 내도 민변의 영향력을 상당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한편 이 변호사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민변 사법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상고법원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로 인해 양승태 사법부로부터 회유·견제를 당한 정황이 여러 법원행정처 문건에서 드러나 이날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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