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을 사유로 입영을 거부한 청년이 또 유죄 판결을 받았다. 1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조상민 판사는 병역거부(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오경택(30)씨에 대한 유죄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 없는 병역법은 헌법 불합치라는 판단을 내린 뒤라 파장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오씨는 소견서를 통해 ”병역을 거부하기 위해 양심을 들먹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쟁 없는 세상은 가능하며 이를 위해 평화에 힘써야 한다고 믿게 됐다”면서 입영 거부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과 같은 양심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라는 점과 더불어 세월호 관련 집회 등에서 발생한 오씨의 폭력행위처벌법 등 전과를 토대로 “오씨가 폭력에 반대한다는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현재 입영을 앞둔 입영거부자들의 입영일은 “대체복무를 마련하라”는 헌재 결정에 따라 병역법 개정 시까지 무기한 연기됐다. 오씨처럼 헌재 결정 전 재판이 진행 중이던 사람들 또한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병역거부 사유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에는 이 같은 ‘판단 유예’가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오는 8월 30일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고 2~4개월 내 판결을 선고한다. 14년 만에 양심적 병역거부권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이뤄지는 만큼 많은 사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다가 항소심에서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중이던 김모(23)씨가 별도 신청 없이 대법원의 직권 보석허가로 풀려나기도 했다.
오씨가 활동 중인 ‘청년정치공동체 너머’는 “평화를 향한 양심을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라면서 “1심의 유죄 선고에 대해 항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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