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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KB락스타 청춘마루] 로마 '스페인 계단' 뉴욕 '빨간 계단'…약속장소이자 랜드마크로 자리매

<세계의 유명 계단들은>

해외에는 도시를 대표하는 계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계단’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1953)’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콘을 먹은 장소로 유명한 이 계단은 스페인 광장과 트리니타데이몬티 성당(삼위일체 성당)을 이어주기 위해 1722년 137계단으로 만들어진 유서 깊은 공간이다. 언덕 위에는 성당이 있고 그 앞에는 성모마리아를 기념하는 원기둥이 세워져 있다. 계단 꼭대기에 앉아 있으면 직선상으로 마주 보이는 분수대와 콘도티 거리를 바삐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있다.

이 계단은 수세기 동안 로마 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휴식처이자 여행객들에게도 약속장소로 애용되는 곳이다. 봄철에는 계단을 커다란 진달래꽃 화분으로 장식하는 로마 최대의 꽃잔치가 열린다.

바이런·리스트·괴테·발자크·안데르센 등 유명 예술가들은 로마에 머물 때 이 광장 주변의 집에서 기거했다. 계단 오른쪽에는 영국의 서정시인 존 키츠가 1821년 26세의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둔 집이 있는데(광장 26번지) 현재는 키츠와 셸리, 두 영국 시인의 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빨간 계단’도 도시 명물 중 하나다. 대형 전광판 사이에 위치한 이 계단은 사진촬영 명소이기도 하다. 계단 양옆으로 브랜드 의류매장뿐 아니라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다. 계단 아래쪽에는 뮤지컬 등 공연 티켓 구매처가 있어 사람들이 항시 붐빈다.



이처럼 도시 속 계단은 다른 높이의 지형을 연결해주는 요소이면서도 사람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거대한 벤치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도시에서 어디라도 앉으려면 돈을 내야 하지만 계단은 무료 쉼터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는 대신 카페가 많다. 각종 노래방·PC방·찜질방같이 ‘방’으로 끝나는 시설들도 많다. 공적인 공간에 공짜로 앉을 자리가 없다 보니 사람들은 방으로 향한다. 한강공원이 있기는 하지만 가기에는 거리가 멀고 근처 공원들에는 앉아 있을 곳이 마땅치가 않다.

더군다나 현대 건물에서 계단은 자취를 감췄다. 다른 층으로 이동할 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계단은 기피 대상이 됐다. 소방법 때문에 대부분의 계단은 어두운 계단실 방화벽 뒤에 감춰지기도 했다.

서울에서 그나마 알려지고 잘 활용되는 계단은 서울역 플랫폼에서 2층과 3층을 연결하는 계단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은 이 계단에 앉아서 오가는 기차를 보며 식사를 하기도 하고 지인을 기다리기도 한다. 이현호 홍익대 건축대학 교수는 “스페인 계단이나 맨해튼의 티켓 오피스 계단과 같이 우리나라에도 정말 멋진 계단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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