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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 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 폭풍에 집 망가진 남자, 속도를 파헤치다

■밥 버먼 지음, 예문아카이브





2억년 전 하나의 땅이었던 ‘초대륙’ 판게아가 두 개의 대륙 로라시아와 곤드와나로 쪼개지며 흔히 우리가 아는 대륙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의 대륙은 1년에 약 1에서 2.5㎝ 가량 이동한다. 그 증거가 바로 히말라야다. 200만년 전 남반구 오세아니아 인근에 붙어 있던 인도 대륙이 유라시아 대륙과 충돌하며 생긴 히말라야 산맥은 오늘날에도 1년에 5㎝씩 고도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천문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저자는 이 책에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형태의 움직임 및 속도를 탐구했다. 비가 내리는 속도는 시속 35㎞, 눈이 내리는 속도는 시속 6㎞, 공기 중의 먼지와 함께 떠다니는 피부 조각의 낙하 속도는 시속 2.5㎝, 빙하가 이동하는 속도는 시속 30㎝와 같은 식이다.

모든 물체는 움직인다. 책상 위에 가만히 있는 듯한 책들도 지구의 자전 및 공전 속도와 함께 이동하며 유라시아 대륙의 판이 이동하는 만큼 움직인다. 우주 속 찬란히 빛나는 별들 역시 별 사이의 빈 공간이 팽창하며 지구와 점점 멀어진다. 한 자리에 서서 가만히 있는 물체는 우주 아래 단 하나도 없는 셈이다.



저자가 움직임에 천착하게 된 이유는 다소 아이러니하다. 허리케인이 강타해 그의 집을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이 폭풍은 급류를 불러와 그의 조카 집까지 흔적도 없이 쓸어갔다. 그는 시속 80㎞의 허리케인은 그의 집 지붕을 망가뜨리는데 그쳤지만 시속 6㎞의 급류는 모든 것을 휩쓸어 가버린 사실을 곱씹었다. 그리고 망가진 그의 집을 고치는 동안 적금을 털어 전 세계를 여행하며 세상의 모든 움직임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사실 ‘속도’는 인간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움직임을 계산하는 척도다. 옛날 인류를 비롯한 모든 동물들에 움직임의 기준은 자기 자신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적이나 먹이가 나를 향해 오는지, 달아나는지 어느 정도의 빠르기인지는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1민7,000원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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