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규제 혁신에 나선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문 대통령은 신산업 규제 혁파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제로 나타난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족쇄만 더 늘었다. 지난해 정부 부처에서 새로 만들거나 강화한 규제는 1,094건에 이르고 20대 국회 들어 기업 관련 규제 법안들이 800개나 쏟아졌다. 이러니 규제 개혁에 대한 국민 만족도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물론 한번 이뤄진 규제를 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해관계 집단이 많은 만큼 반발도 클 수밖에 없다. 조짐은 벌써 나타났다. 청와대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적용 대상과 관련해 “모든 규제가 아니라 의사의 진료를 돕고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주는 의료기 중 안정성을 확보한 기기에 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원격의료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며 한발을 뺐다. 규제 완화와 원격진료에 반대해온 시민단체와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문재인표’ 규제 혁신은 이제 겨우 첫발을 뗐을 뿐이다. 의료기기를 넘어 산업 전반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야만 이전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는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인터넷은행이 성장하려면 은산분리를 완화해야 하고 원격진료를 하려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있어야 한다. 모두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데 이를 풀려면 대통령이 나서 여당을 설득해야 한다. 규제 혁파를 통한 혁신성장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하나로 뭉쳐야 이룰 수 있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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