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와 옛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이로써 1심서 총 21개의 혐의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삼성의 제3자뇌물 등을 뺀 19개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을 받았다. 앞서 국정농단 혐의로 선고받은 징역 24년까지 더하면 총 형량은 징역 32년에 이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20일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로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원을, 공천 개입 혐의로는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것과 관련해 국고손실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고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국정원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이 사적으로 위법하게 사용한 것은 맞지만 대통령 직무 대가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지난달 같은 재판부가 심리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선고와 같은 결과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지속적으로 받아 사적으로 사용하면서 국가 예산 집행의 근간이 흔들리고 국가와 국민 안전에도 위험이 초래됐다”며 “그럼에도 범행을 부인하면서 비서관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수사기관과 법정 출석에도 전혀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6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 불법개입한 혐의도 유죄로 판결했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친박 인사들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당선시키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박 전 대통령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국정원 특활비, 공천 개입 선고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은 모두 일단락됐다. 4월 국정농단 혐의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의 총 형량은 징역 32년으로 늘어나게 됐다. 총 21개 혐의 가운데 무죄는 삼성그룹의 재단 출연금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에 대한 뇌물 혐의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하급심으로는 최초로 두 차례에 걸쳐 선고심이 생중계됐지만 박 전 대통령은 건강 등을 이유로 끝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선고 직후 검찰은 곧바로 항소의 뜻을 밝혔다. 2심의 최대 쟁점은 1심 재판부가 무죄로 본 뇌물 혐의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2심에서 뇌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의 총 형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과 마찬가지로 항소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심이 진행되더라도 지난해 10월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뒤 불출석을 고집하는 만큼 궐석재판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선고에 앞서 진행된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항소심 재판에서 1심 때와 같은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 관계자는 “하위 공무원이 상급자에게 나랏돈을 횡령해 돈을 주면 뇌물이 아니고 사비로 돈을 주면 뇌물이라는 논리는 상식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백주연·윤경환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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