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육아휴직이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중이 2012년 2.8%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3.4%로 증가했다. 육아 의무 휴직을 시행 중인 롯데그룹은 “올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가 900명으로, 지난해(400명)의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는 경제적 부담으로 육아휴직을 꺼리는 직원이 없도록 휴직 첫 달에 통상임금의 100%를 보전하고 있다.
이달부턴 육아휴직 제도도 개선됐다.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는 하루 1시간씩 최대 2년간 급여 삭감 없이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해진다. 육아휴직을 1년 모두 사용한 근로자도 단축제도를 추가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기존엔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만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이달부터는 근속기간이 6개월 이상일 때 가능해진다.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급여 지원 상한액도 현재 20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인상했다. 배우자 출산휴가 중 유급휴가 기간도 10일(기존 3일)까지 늘리고 부모가 동시에 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기업을 대상으로 ‘아빠 육아휴직 최소 1개월’ 문화 확산에 나설 방침이라고도 밝혔다.
국회에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동안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쓸 때 1회에 한해 기간을 나눌 수 있었다. 개정안은 육아휴직 제도의 유연성을 높여 최대 4번으로 분할 기간을 확대했다. 특히 “근로자는 최소 3개월 이상의 육아휴직을 신청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 의무화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아빠는 이 같은 정책을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면 주변에선 ‘용감한 아빠’라고들 한다. 저출산 대책의 최선봉에 서고 있는 정부조차도 중앙부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단 3.8%에 불과하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시시때때로 부모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한 아빠는 “38도가 넘는 열로 끙끙 앓고 있는 아이를 두고 출근을 할 땐 ‘나는 무엇을 위해 출근하고 있나’라는 회의감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모가 아이에게 물질적인 것만 아니라 시간을 선물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박동휘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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