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매체들이 일제히 집단탈북 여종업원이 송환되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논평에서 “우리 여성공민들의 송환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초미의 문제”라며 “그에 대한 태도 문제는 남조선당국의 북남관계 개선 의지를 가늠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보수정권의 반인륜적 악행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이산가족들을 그대로 두고 이산가족의 아픔을 운운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며 다음 달 20∼26일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거론했다.
노동신문도 논평을 통해 “우리 여성공민들의 송환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일정에 오른 북남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은 물론 북남관계의 앞길에도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올해 1월 남북고위급회담에서도 여종업원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의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최근 해당 공세를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날 북한이 관영 매체를 동원해 여종업원 송환을 압박한 것은 북미협상 교착 국면에서 한국의 역할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다만 여종업원의 송환 여부 자체가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의 합의 사항인 만큼 이를 무산시키는 것은 정치적 부담을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2일 “현재 북한이 내부적으로 가장 절실한 것이 제재 유예나 완화로 볼 수 있는데 한국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여종업원 문제를) 우리 쪽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 정부를 압박하면서 8월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기로 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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