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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이젠 새로운 도시가 필요하다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했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이겨 충격을 줬던 게 지난 2016년 봄이었다. 기계가 스스로 학습을 해가며 바둑 고수를 꺾었단다. 물론 1997년 IBM의 프로그램이 서양장기인 체스 챔피언을 물리친 적이 있다. 그러나 바둑은 체스보다 경우의 수가 10의 100제곱 이상 많기에 컴퓨터가 바둑 챔피언을 물리친다는 것은 그동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스스로 공부하는 기계, 알파고에 놀랐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인 2017년 겨울에 등장한 알파제로는 알파고와의 비교 자체가 필요 없었다. 이제는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시점을 뜻하는 특이점(singularity)이 얼마나 당겨질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더 의미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2016년 초 열렸던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 이해하기였는데 돌이켜보니 절묘했다.

같은 해 여름 유럽에서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이, 가을에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한국에서는 광화문 촛불집회가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AI) 못지않게 지구촌을 바꾸고 있는 일들도 이렇게 2년 전에 시동을 걸었다. 세상이 바뀌고 있고 우리네 삶을 만들어가는 그릇인 도시도 그즈음부터 여러 변화에 노출되고 있었다. 2016년이 오기 한 달 전인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1)가 열렸다. 일반에는 그리 와닿지 않았으나 큰 사건이었다. 이 총회의 결과물로 신기후체제라 불리는 파리협정이 체결됐다. 이는 195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로 한 최초의 지구촌 차원의 기후합의였고 향후 실행계획을 갖고 있는 협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2016년 가을에는 남미 에콰도르의 수도인 키토에서 20년 만에 유엔 하비타트회의가 열렸다. 전 세계인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도시 면적의 총합은 지구 육지 면적의 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에너지 소비의 60%, 쓰레기의 70%, 온실가스의 70%가 도시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속되는 도시화는 지구촌에 환경 재앙이 될 확률이 크다는 점을 다시 상기시켰고 이 와중에 모두가 지속적으로 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 다양한 어젠다가 각국에 배포됐다.

기술은 극적으로 점프하고 있고 기후도 바뀌며 사회 역시 여러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지난 세기에 해온 방식을 기반으로 도시를 만들고 관리하고 있다. 환경에 많은 해를 끼치는 낡은 방식은 이제 바뀌는 게 당연하다. 스스로 학습하는 AI가 해법을 내놓기 전에 도시를 만들고 관리하는 공공이 공부하고 분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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