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는 “전기차를 한 번 소유해본 사람은 내연기관차로 못 돌아간다”는 얘기가 있다. 과거 급성장기 “차는 (배기량이나 차급을) 절대 못 줄인다”는 말이 있었는데 실제로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국민차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됐다. 전기차를 한 번 산 사람은 내연기관차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얘기도 미래에 현실이 될지 궁금해진다.
기자는 ‘현실이 된다’는 쪽에 걸겠다. 전기차를 사본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고 시승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갖고 싶다”고 얘기하기 때문이다. 쓸만한 국산 전기차가 없다는 한계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충분히 긴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406㎞)’과 기아차 ‘니로 EV(385㎞)’가 나오면서 극복됐고 부족한 충전 인프라는 느리지만 분명히 개선되고 있다.
현재 전기차가 가장 많이 보급된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지만 사실 전기차 확산을 위한 세계 최고의 환경을 가진 나라는 한국이다. 전 인구의 절반이 서울과 수도권이라는 좁은 땅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땅이 넓고 장거리 주행이 일상인 미국보다 훨씬 유리한 환경이다.
실제로 경기 분당에서 서울 광화문까지는 30㎞ 정도이고 광교신도시에서는 40㎞다. 수도권에서 가장 멀리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아마 인천공항 근무자일 텐데 인천공항에서 광화문까지는 60㎞ 정도다. 수도권 통근자들은 요즘 나오는 전기차를 사면 어디든 배터리 걱정 없이 출퇴근할 수 있다.
전기차는 성능과 주행감성 면에서도 우수하다. 내연기관 차로 못 돌아간다는 얘기는 사실 이 때문에 나온 것이다. 토크가 높아 순간 가속이 필요할 때 확실히 속도를 높일 수 있고 내연기관 특유의 배기음과 진동이 없어 운전의 피로가 덜하다. 트랜스미션이 없어 변속 충격도 없다.
엔진과 트랜스미션이 없으니 각종 오일류를 교환하러 카센터에 갈 필요도 없다. 구조가 단순해 고장이 적고 소모품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전기값은 기름값보다 훨씬 싸다. 밤에 심야전기를 이용해 차를 충전하면 더 싸다. 연료비와 유지비 면에서는 단연 전기차다.
사회적으로는 공해 배출이 없다는 점에서 공익에 기여한다. 특히나 한국처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나라에서는 전기차 확대가 더욱 절실하다.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는 전기차값이 내연기관차보다 비싸다는 점이다. 자동차용 배터리값이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트랜스미션값보다 낮아지려면 전기차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각국 정부는 전기차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주고 카풀 차선 진입을 허용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내려주기로 했다. 좋은 정책이지만 그 효과는 결국 내년에 차 살 사람을 올해 사게 만드는 것에 그친다. 차라리 그 재원을 전기차 보조금 확대와 충전기 확충에 쓰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정부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한국은 빠른 시간에 전기차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전기차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생태계도 함께 키울 수 있다. 미래 산업을 먼 곳에서 찾을 일이 아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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