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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벌레' 들끓는 혐오사회

조교환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얼마 전 포털에서 ‘태권도 맘충’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맘충’이란 ‘자신의 아이밖에 모르는 몰지각한 엄마’를 뜻하는 말로 ‘엄마(mom)’에 한자 ‘충(蟲·벌레)’을 붙인 신조어다.

‘한남충(한국 남성을 벌레에 비유하는 말)’ ‘급식충(학교에서 급식만 축내는 학생들)’ 등 소수자나 특정 집단 뒤에 ‘충’을 붙여 그들을 비하하고 혐오의 감정을 드러내는 말들이 사회 깊숙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충뿐 아니라 ○○녀·○○남·○○빠 모두 차별과 비하를 의미하는 단어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댓글 등 온라인에서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혐오의 단어가 넘쳐난다.

문제는 이런 말들을 단순한 말장난이나 온라인 문화로만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언어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등을 겪으며 보수·진보 간 갈등의 골은 극에 달했다. 게다가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타인에 대한 경멸과 멸시가 이 시대의 감성이 돼버리고 있다.

예전부터 공부벌레·책벌레 등 ‘벌레’라는 말을 붙인 단어가 사용돼왔지만 지금의 ‘충’과 의미는 사뭇 다르다. 단지 나와 생각이 다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을 벌레로 몰아가는 모습이다.



심지어 초등학생들조차 ○○충이라는 단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단순히 재미있어서 하는 말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멸시와 극한 대립의 감정이 여과 없이 표출되고 반복되면서 점차 혐오의 감정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

○○충 등의 무분별한 사용은 사회 갈등 조장을 넘어 법적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실제로 법원은 극우 성향의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의 이용자를 일컫는 ‘일베충’이라는 단어를 댓글에 쓴 30대 회사원에 대해 모욕죄를 인정한 바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페미니즘 성향의 커뮤니티 이용자를 일컫는 ‘메갈리아’ ‘워마드’라는 단어를 써가며 여성을 비하한 남성에게 모욕죄를 선고했다. 물론 이를 금지하고 처벌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혐오를 조장하고 남을 비하하는 언어폭력으로 인한 처벌은 강화돼야 한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 또한 중요하다. 댓글을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난다는 말도 있다.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 나눌 때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듯이 온라인에서도 신중한 말로 서로 존중하고 비판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는다. ‘혐오’라는 벌레가 온라인을 넘어 실생활로 퍼지고 있다. 소수자나 특정 집단을 향한 조롱은 건강한 비판과 논쟁으로 이어질 리 만무하다. 사회 구성원 간의 서로 다른 가치판단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혐오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다. 무시와 경멸의 언어가 사라지고 상호 존중의 단어로 건강한 논쟁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chang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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