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은 저출산 현상을 심각하게 보고 있고, 이 중 3명은 저출산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육아휴직 활성화는 저출산 대책의 핵심으로 꼽히지만 60%가 넘는 직장인이 휴직 신청 시 여전히 상사와 동료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종필 의원(자유한국당)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2017년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성인 2,000명 가운데 87.4%가 우리나라 저출산 현상에 대해 ‘심각하다’고 답했다.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은 24.8%, ‘어느 정도 심각하다’는 62.6%였다. ‘저출산이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매우 영향 26.3%, 어느 정도 영향 68.2%)도 94.5%에 달했다.
저출산의 주된 원인으로 ‘결혼 후 발생하는 비용의 부담’(31.2%)이 가장 많이 꼽혔고, 그다음으로 ‘취업난 또는 고용불안정성’(19.5%),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사회문화’(18.1%), ‘부족한 소득’(13.1%), ‘여성 위주의 육아 및 가사부담’(10.3%) 등이 뒤를 이었다.
‘결혼 후 자녀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 정도(10.2%)로 적었으나, 자녀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육아가 힘들고 어려워서’(28.4%), ‘교육비용 부담이 커서’(28.0%),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22.3%) 등으로 주로 비용과 육아 어려움 문제에서 비롯됐다.
결혼 전 동거에 대해서는 62.1%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결혼을 전제하면 가능하다’(35.7%)라는 의견이 ‘결혼과 관계없이 살 수 있다’(26.4%)보다 많았다.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에 동의하는 사람은 25.6% 정도였다.
‘남성 육아휴직제도의 내용을 잘 알고 있다’는 사람은 22.7%로 비중이 적었다. ‘들어는 봤지만, 내용은 모른다’(64.4%)는 응답은 절반을 훌쩍 넘었다. 남성 육아휴직을 알고는 있음에도 잘 숙지하고 있지 못해,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다.
초등학교 미만 자녀를 둔 부모의 평일 육아 시간은 남편 평균 45.5분, 아내가 229.2 분이었다. 휴일 육아 시간은 남편 145.7분, 아내 297.6분으로 나타났다. 자녀 육아에 할애하는 시간은 아내가 남편보다 평일에는 5배, 휴일 2배 이상 많았다.
‘출산으로 휴가를 낼 때 직장 상사와 동료들에게 눈치가 보인다’는 응답은 76.6%에 달했다. 육아휴직을 낼 때 눈치가 보인다‘는 응답 역시 72.2%로 많았다. ’자녀로 인해 휴가를 낼 때 눈치가 보인다‘는 67.2%, ’자녀로 인해 휴가를 내는 직장 동료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62.4%로 나타나 사회 전반적으로 출산과 육아를 배려하는 태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작년 11월부터 12월까지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윤종필 의원은 “정부가 2006년부터 지난 13년간 153조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한해 출생아 수는 44만명에서 35만명으로 감소했다”며 “국민 대부분이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출산이나 육아를 배려하는 사회적 인식이나 분위기는 전혀 바뀌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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