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새벽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이 또 기각했다.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은 지난 20일과 마찬가지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것뿐이었다. 영장을 심사한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이 임 전 차장과 공모했다는 점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영장이 재차 기각되자 날이 선 모습이다. 지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임 전 차장의 USB에서 나온 수사 대응자료 등 수천건의 파일을 영장에 보강했음에도 기각됐기 때문이다. 핵심물증이 될 수 있었던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의 디가우징된 하드디스크는 복구 불능인 것으로 이날 검찰은 확인했다. 게다가 법원의 협조 아래 임의제출 작업 중인 12개의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자료 중 일부에 대해서도 법원은 수사와 연관성이 적다며 넘겨주지 않고 있다. 나머지 요청자료는 법원이 제출을 거부하기도 했다. 검찰 측은 “법원행정처로부터 사법정책실·사법지원실·일선 판사 하드디스크, 인사·재판자료, e메일·메신저 등을 제출할 수 없다는 최종 통보를 받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법원은 “검찰의 추가 요청자료 등에 대해 적극 검토 중이거나 곧 제출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일부 자료 제출 거부와 영장 기각을 통해 이번 수사의 범위를 임 전 차장 선으로 제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원이 어떤 이유로든 검찰의 수사를 가로막으면 막을수록 ‘외관상 공정성’은 계속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특별재판부라도 있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