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조선업계와 경제단체 등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2020년 글로벌 100만TEU 선사로 도약하기 위해 초대형 친환경 컨테이너선 20척을 건조하기로 하고 대우조선해양 2만3,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7척, 삼성중공업 2만3,000TEU급 5척, 현대중공업 1만4,000TEU급 8척 등을 발주하기로 하고 현재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신조 발주 금액은 총 3조 원 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신조 발주가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에 포함되면서 현대상선은 이 자금 대부분을 최근 출범한 한국해양진흥공사로부터 지원받는다. 현대상선은 계약금 10%를 마련하고 나머지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정부자금 등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20척 중 5척은 한국선급에 맡기고 나머지 15척은 노르웨이선급, 영국선급, 미국선급 등 외국선급을 전면에 세운 이른바 ‘해외이중선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산·울산·경남지역 조선·기자재업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이중선급은 해외선급과 한국선급이 이중으로 검사하는 것을 말하며, 핵심검사는 외국선급이 맡는다. 한국선급은 보조역할만 한다.
이 경우 선급 수익 배분은 외국선급이 검사료의 통상 60~70%를 가져가기 때문에 선박 건조비로 투입한 정부 자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국고 유출의 결과가 초래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실제 한국선급의 매출은 과세대상이어서 수입 일부가 다시 국고로 돌아가는 효과도 있지만, 외국선급은 면세다.
이와 함께 선박 건조에 납품한 조선·기자재업체가 기자재 검사 수수료를 외국선급에 지급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외국선급의 기자재 검사 수수료는 한국선급에 비해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10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선·기자재업체 관계자는 “외국선급에서 검사를 맡으면 비용 부담 뿐만 아니라 납품 기회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 우려했다.
부산시와 지역 경제단체 등은 현대상선이 국고를 들여 발주하는 선박마저 국내 업체를 외면하면 어려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며 부산·울산·경남지역 조선기자재업체이 성능 인증을 주로 받아 놓은 한국선급에 검사를 맡겨야 국내 해사 산업이 동반성장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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