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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무장지대 GP 철수 우리만 서두를 일 아니다

국방부가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 전환을 위해 감시초소(GP)를 철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로 먼저 DMZ 안에 있는 GP의 장비와 병력을 시범 철수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역사 유적, 생태조사 등과 연계해 전면철수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남북이 최단 600m밖에 안 되는 거리에서 기관총·박격포 같은 중화기를 서로를 겨누고 있는 대치상황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양측의 화력 집중으로 군사 완충지대로서의 의미를 잃은 DMZ가 평화지대로 변하고 이를 통해 우발적인 군사충돌 위험이 사라질 수만 있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대가 우리의 짝사랑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다. 국방부는 DMZ 내 GP 철수에 상응하는 북측의 반응이나 조치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 있을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2005년 우리가 제시한 GP 공동철수 방안을 거부한 바 있는 북측이 이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정부의 바람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불과한 DMZ는 우리보다 약 3배 많은 GP와 관측소(OP), 1만여명으로 추정되는 북한군의 놀이터가 될지 모른다. 자칫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추진한 조치가 오히려 군사적 위협을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다소 누그러지고 서해 미사일발사장 일부 폐쇄 같은 소식이 전해지고는 있지만 아직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의 시도가 과거 70년간 수차례 있었지만 북측의 일방적 합의 파기로 모두 공염불이 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상호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북의 호응 없이 우리만 병력과 화력을 줄인다면 전력 불균형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진정한 평화와 신뢰 구축을 원한다면 남북이 GOP 철수와 병력감축을 동시에 진행하고 이를 유지·검증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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