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7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천문대장 조반니 스키아파렐리는 구경 22㎝의 굴절망원경으로 화성 표면을 관찰하다 특이한 모습을 발견했다. 붉은색을 띤 표면에 40여개의 어두운 줄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던 것이다. 스키아파렐리는 여기에 수로라는 뜻을 가진 ‘카날리(canali)’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나중에 이것이 ‘운하’로 번역되면서 화성에 생물이 존재하느냐는 논쟁을 촉발하는 시발점이 됐다.
스키아파렐리가 화성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화성이 지구에 바짝 다가오는 ‘대접근’ 현상 덕분이었다. 687일의 태양 공전주기를 가진 화성은 통상 2년2개월 만에 한 번 지구와 만난다. 태양-지구-화성 순으로 일직선을 이루는 ‘충(衝)’ 상태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지구는 태양에서 가장 멀고 화성은 가장 가까울 때를 대접근이라고 부른다. 지구와 화성의 평균 거리는 2억2,790만㎞에 이르는데 대접근 때는 6,000만㎞ 안팎까지 바짝 좁혀진다. 대접근은 15~17년 주기로 찾아온다. 20세기 들어서는 1909년, 1924년, 1939년, 1956년, 1971년, 1988년에 발생했고 2003년 8월에는 지구에 5,575만8,000㎞까지 접근하기도 했다.
예로부터 인간들은 산화철 성분 때문에 붉은색을 띠는 화성을 재앙과 결부시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화성이 영어로 ‘전쟁의 신’을 뜻하는 ‘마스(Mars)’로 불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 춘추시대 송나라에서는 화성이 같은 붉은색을 가진 전갈자리의 안타레스라는 별 근처로 접근하자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까 우려해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도 있다. 1939년 대접근 때는 미국 CBS가 화성인이 지구를 침략했다는 방송을 하는 바람에 100만명 이상이 긴급 피난을 떠나는 대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31일 오후8시30분에는 화성이 지구로부터 5,758만9,633㎞까지 다가오는 대접근이 일어난다. 이때 화성은 지구에서 가장 멀리 있을 때보다 크기는 7배 더 크게 보이고 밝기는 16배 더 밝아진다고 한다. 마침 화성 남극에 ‘비밀의 호수’가 있다는 이탈리아 연구진의 발표로 화성에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시점이다. 망원경으로는 얼음으로 뒤덮인 화성의 남극도 볼 수 있다고 하니 모처럼 펼쳐지는 우주쇼를 보면서 무더위를 날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오철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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