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면 규제를 풀어야 하지만 정부 부처들은 자신들 영역의 규제만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입니다.”
국내 대표 스타트업 모임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최성진(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 주최로 열린 ‘스타트업 트렌드’ 강연 후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정부 부처 이기주의와 소통 부재에서도 비롯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정부에 규제혁파를 건의하지만 ‘건드릴 수 없다’는 해당 부처의 대답만 돌아온다”며 “규제개선을 위해 관련 부처와 기존 업계 이해당사자와의 협의도 필요한데 한자리에 모이는 것조차 힘든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우아한형제들·야놀자·토스 등 스타트업 대표들이 뭉쳐 2016년 설립했고 지난 4월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 대표가 의장을 맡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한 최 대표가 포럼을 꾸려가고 있다. 출범 당시 250곳이었던 투자유치 규모 10억원 이상 회원기업 수는 현재 400여곳으로 늘었다.
최 대표는 강연에서 “창업자가 10억원 이상 자금을 보유하거나 투자받아야 벤처설립이 가능했던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현재 스타트업 창업 여건이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이 380여곳에 달하는데 3년 전과 비교하면 3~4배나 급증한 수치다. 그는 “벤처펀드 규모 등에서 보듯 우리의 스타트업 육성책이 창업 초기에만 집중돼 있는데 성장궤도에 오르려는 스타트업에 무관심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이 성장곡선을 그리는 데 가장 필요한 요건으로 최 대표는 규제개선을 꼽는다. 그는 “우버는 2013년 우리 시장에서 퇴출당했지만 최근 수년간 세계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수십배 키웠다”며 “우리만 규제에 묶여 저평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대표가 규제 피해사례로 꼽은 승차공유 서비스 스타트업 풀러스는 지난해 220억원의 거액을 투자받았지만 최근 대표가 사임하고 직원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풀러스가 카풀 서비스로 ‘출퇴근 시간선택제’ 실시를 공언하자 이에 반발하는 택시업계를 의식한 정부·서울시가 이를 불법으로 규정했고 규제에 부담을 느낀 공유차량 드라이버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결국 주저앉은 것이다. 최 대표는 “정부의 규제개선 의지가 없고 기존 산업계와 대화도 하지 않는다면 어렵게 창업에 성공하고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연말까지 포럼 회원 수 1,000곳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인공은 스타트업 자신”이라며 “스타트업 업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장성 없는 스타트업은 마땅히 도태돼야 생태계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며 “정부도 명분과 비효율에 매몰되지 말고 시장원리에 따라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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