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동판 다자안보·정치동맹 체제인 ‘아랍 나토(Arab NATO)’ 설립을 추진한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을 포섭해 이란에 대한 견제와 압박을 강화하려는 속내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및 중동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사우디·UAE·카타르 등 걸프 6개국과 이집트·요르단을 포함한 다자안보 동맹 설립을 논의하고 있으며 백악관도 추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동판 나토로 볼 수 있는 이 다자안보 동맹은 잠정적으로 ‘중동전략동맹(Middle East Strategic Alliance·MESA)’으로 불리고 있으며 미사일 방어와 군사 훈련, 테러 방어, 지역 경제·외교 관계 강화 등에서 국가 간 협력을 이끌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미국은 오는 10월12~13일 워싱턴DC에서 개최될 중동 국가와의 정상회의에서 MESA에 대해 논의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MESA에 합류를 추진하고 있는 국가들은 수니파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시아파의 맏형 격인 이란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도 “MESA는 이란의 공격·테러리즘·극단주의에 맞서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며 중동 지역에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란 견제용이라는 분석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미국의 아랍판 나토 설립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전해졌다. 이란 핵 합의 탈퇴 후 고조되는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중동주변국의 도움을 받겠다는 의도다. 특히 해양 원유 수송로를 보호하기 위해 MESA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란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유통량의 3분의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며 미국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의도대로 아랍 나토가 순조롭게 출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이전에도 중동판 다자안보 체제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때마다 중동 국가 간의 이해가 엇갈려 여러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다. 특히 사우디·UAE가 13개월째 카타르와의 단교를 풀지 않고 있어 중동 지역의 협력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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