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것 하나는 남편이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그리고 저와 함께 집에 있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뇌물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태준 검사는 항소심에서 보석을 청구한다. 보석 심문이 열린 날 아내 김혜경(전도연 분) 변호사는 증인으로 나와 남편이 보석으로 풀려나길 희망한다고 말한다. 이에 최상일(김태우 분) 차장검사는 김 변호사에게 이 검사의 불륜 사실을 들먹이며 “그럼에도 남편을 사랑한다는 거냐”며 자극한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끝까지 남편이 돌아오길 바란다고 했고 판사는 이 검사의 보석을 허락한다.
tvN 드라마 ‘굿와이프’에서는 이처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보석으로 풀려나는 장면이 나온다. 보석은 구속된 피고인이 보증금 등 조건을 내걸고 석방되는 것이다. 피고인과 변호인뿐 아니라 법정대리인·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가족·동거인·고용주도 보석을 청구할 수 있다.
보석 청구가 들어오면 재판부는 진행 중인 공판 때나 별도의 기일을 잡아 피고인과 변호인 등의 진술을 듣는다. 다만 이 드라마에서처럼 증인을 채택해 진술을 시키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만약 김 변호사가 절차에 맞게 진술을 하려면 직접 보석을 청구하면 가능하다. 보석청구인 역시 심문 때 의견을 낼 수 있어서다.
피고인 측은 주로 도주 위험이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유효적절한 주장이다. 실제로 보석과 관련한 대법원 예규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거나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의 사유가 없는 한 보석을 허가하도록 한다. 통상 재판이 꽤 진행돼 증거인멸 우려가 적어지면 보석 청구가 잘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검찰과 피고인이 혐의를 두고 크게 다툴 때는 보석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지난달 14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보석이 기각된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간혹 피고인 측은 고령과 건강,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보석을 청구하는데 재판장이 이러한 이유가 상당하다고 판단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 실제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보석을 청구해 이달 18일 석방됐다. 반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같은 이유로 보석을 청구했으나 23일 기각됐다. 혐의가 무겁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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