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최근 거친 말 폭탄을 주고받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언제든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예로 들어 ‘회담 신봉론’을 거듭 피력하며 이란이 만날 준비만 돼 있다면 자신은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지난 5월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이후 극한 대립을 보였던 두 나라가 벼랑 끝에서 극적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긴장 완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북한, 러시아 정상과 각각 만났는데 이란 대통령과는 어떤 조건에서 만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누구와도 만날 것”이라며 “나는 회담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전쟁과 죽음, 기아,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의 가능성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만나는 건 잘못된 게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여러분이 알다시피 우리는 김 위원장과 만났다”며 “그리고 9개월 동안 미사일 발사가 없었고, 인질들이 돌아왔고 매우 긍정적인 많은 일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물론 가짜뉴스는 그런 식으로 보도하지 않았지만, 나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정말 좋은 회담을 했다”며 “미래라는 관점에서, 안전과 경제적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이스라엘 보호와 모두에 대한 보호라는 관점에서 정말 좋은 회담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1∼12일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아주 좋은 회담을 했다”며 “그래서 나는 회담을 믿는다. 나는 단연코 이란과 만날 것이다. 그들이 만나길 원한다면…”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나는 그들이 아직 준비돼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은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이란 핵 합의를 끝냈다. 그것은 터무니없는 합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아마도 결국에는 만나기를 원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며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이어 “나는 강한 입장에서 또는 약한 입장에서 만나는 게 아니다. 만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나는 것”이라며 “다른 합의(이란 핵 합의)처럼 종이 낭비가 아닌, 무언가 의미 있는 걸 도출해 낼 수 있다면 나는 분명히 기꺼이 만나겠다”고 부연했다.
회담의 전제조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전제조건이 없다. 그들이 원한다면 언제든 만나겠다”면서 “나라와 그들, 우리와 세계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밤 올린 트윗에서 로하니 대통령을 향해 미국을 위협하지 말라며 “그렇지 않으면 역사를 통틀어 이전에는 거의 아무도 경험해본 적이 없을 그런 결과를 겪고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맹비난을 놓고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견인하기 위해 강한 레토릭(수사)과 최대 압박작전을 폈던 대북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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