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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경북 고령]1,500년 세월 깃든 고분...대가야의 숨결을 느끼다

주산 능선따라 늘어선 700여 고분

찬란했던 가야의 흔적이 고스란히

44호분 내부 그대로 재현해 놓은

대가야왕릉전시관도 꼭 들러볼만

동심원·가면 모양 등 새겨져 있는

장기리암각화선 선사시대 문화체험

고령군 대가야고분군은 1963년에 사적 79호로 지정됐으며 길이 2.4㎞에 너비 100~200m의 길쭉한 형태로 면적은 83만㎡에 이른다.




새벽에 일어나 대가야의 고분군이 있는 주산에 올라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 보니 안개가 짙게 끼어 있었다. 아무래도 사진찍기가 애매할 것 같아 다른 곳을 서성이다 오전10시가 넘어 주산에 도착했다. 이미 해는 하늘 높이 떠올라 작렬하고 있었다. 바닥에 깔렸던 안개가 증발하는지 대지의 복사열은 사우나 안을 방불하게 했다. 코앞에 보이는 야트막한 주산이 한없이 멀어 보였다.

경북 고령군 지산동 고분군 맞은편 주차장에서 심규태 문화관광해설사를 만났다. 땡볕에서는 잠시 서 있는 것도 힘들어 정자 아래로 피신을 해 작전을 짰다. 시간이 더 지나면 온도가 오를 테니 일단 주산에 올라 고분군을 취재하고 내려오는 길에 박물관을 들러 보기로 했다.

먼저 여인의 가슴처럼 솟은 고분들 사이로 난 오르막길을 따라 44호 고분까지 올라 사진을 찍고 나무 그늘 아래로 이동해 설명을 들었다. 심 해설사는 “봉분들은 400년께부터 562년 사이에 조성된 대가야의 왕과 귀족들의 무덤으로 도읍이었던 대가야읍의 진산인 주산 능선 위에 몰려 있다”며 “이 지역은 가야 지역 최대 규모의 고분군으로 이승과 저승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내세사상과 순장을 비롯한 장례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분군은 지난 1963년에 사적 79호로 지정됐으며 길이 2.4㎞에 너비 100~200m의 길쭉한 형태로 면적은 83만㎡에 이른다. 고분들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중심으로 북고분군과 남고분군으로 나뉘는데 1977년 이후 북쪽에서는 10기, 남쪽에서는 1기가 발굴됐다.

대가야왕릉전시관은 지산리 44호분의 내부를 원래의 모습 그대로 재현해놓은 곳으로 무덤의 구조와 축조방식, 주인공과 순장자들이 매장된 모습, 부장품의 종류를 살펴볼 수 있다.


이들 고분 중 학술적으로 가장 의미가 있는 것은 44호 고분이다. 44호 고분은 주산 정상부근의 대형 고분 중 하나로 1977년 경북대박물관에 의해 처음 조사됐는데 발굴 당시 이미 도굴돼 금귀걸이와 청동 그릇 정도만 남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유물 중 야광 조개로 만든 국자가 발견됐는데 야광 조개는 오키나와가 원산지라 이미 이 시대에 일본과 교류가 있었음을 추정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에서 발굴된 고분 중 가장 많은 순장자가 발굴됐다는 점이다. 순장자의 숫자는 40여명으로 부부·부녀 등 가족끼리 매장된 경우도 있어 눈길을 끈다.



심 해설사는 “고령군은 지산동 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해 트레킹 코스를 조성하고 있는데 공사 중에 자꾸 유적이 발견돼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현재 봉분이 확인된 것만 700개이지만 평지화된 것까지는 파악할 수 없어 인근 80만㎡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분 개체 수가 분포하는 지역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산을 내려와 대가야왕릉전시관으로 들어서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혼미해지던 의식이 돌아왔다. 대가야왕릉전시관은 지산리 44호분의 내부를 원래의 모습 그대로 재현해놓은 곳으로 무덤의 구조와 축조방식, 주인공과 순장자들이 매장된 모습, 부장품의 종류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관을 나와 왼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대가야역사관이 있다. 고령군은 이곳을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홍보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가야역사관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로 구성돼 있는데 상설전시실은 대가야 및 고령 지역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구석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역사 문화에 대한 설명과 유물을 전시해놓았고 기획전시실은 수장고에 있는 유물들을 교대로 전시하고 있다.

장기리 암각화는 장기리 알터마을 입구의 바위 표면에 새겨진 선사시대 그림으로 동심원과 다수의 가면 모양이 새겨져 있다.


역사관 구경이 끝났다면 장기리에 들러 암각화를 봐야 한다. 학계에서는 고령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시점을 2만~3만년 전 구석기시대부터로 보고 있다. 신석기시대를 거쳐 청동기시대에 이르러 큰 바위로 만든 고인돌 무덤과 긴 돌을 세워 지역을 표시한 선돌이 일대에 많이 만들어졌다. 특히 여러 가지 그림을 바위에 새긴 암각화가 많이 발견됐는데 현재 고령 지역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바위그림 유적이 남아 있다. 장기리 암각화는 장기리 알터마을 입구의 바위 표면에 새겨진 선사시대 그림으로 동심원과 다수의 가면 모양이 새겨져 있다. 한자가 아닌 상형문자 형태들이지만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있어 보는 이의 눈길을 끈다. 대가야읍 아래알터길 15-5. /글·사진(고령)=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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