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관절의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질환인 퇴행성관절염. 진행 단계에 따라 초중기에는 주사치료, 줄기세포치료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무릎 연골이 모두 닳아 없어진 ‘퇴행성관절염 말기’진단을 받은 상태라면, 현재의 의학기술로는 ‘인공관절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이 등장하며, 기존 인공관절 수술의 단점들이 보완됐다. 환자 맞춤형 인공관절은 내 몸에 맞는 옷을 제작해 입듯이, 환자의 무릎에 최적화된 인공관절을 맞춰 이식하는 치료법이다. 특히 3차원 영상을 이용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수술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능하며, 이에 따라 수술 시간도 단축되는 장점을 가진다.
▲ 의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공관절 수술법의 다양화, ‘맞춤형’남발해 혼란 유발.
인공관절 수술은 다 닳아 없어진 연골을 인체에 무익한 금속이나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인공관절로 바꿔 무릎 관절통증을 없애고 운동 범위를 확보해주는 수술법이다.
과거 인공관절 수술의 경우, 개인에 따라 무릎 관절의 크기나 모양 등 미세한 차이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수술기구를 적용했다. 때문에 인공관절 수술을 했던 환자들 가운데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으며, 부작용을 겪는 이들도 종종 있었다.
특히 기존 인공관절은 입식생활을 하는 서양 사람에 맞춰진 것으로, 좌식생활을 하는 동양인들이 인공관절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 후 무릎을 꿇거나 양반다리를 못하는 등 운동 범위가 제한됐다. 또한 환자 뼈에 구멍을 뚫은 뒤 긴 수술기구를 이용해 정렬시키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세균이 침투할 수 있으며, 출혈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만 하는 위험성이 있었다.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인공관절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기술을 접목하여 수술법을 발전시켰다. 여성 골격에 맞춘 여성형 인공관절을 이용한 수술, 바이오 센서를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 등 여러 가지 수술법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맞춤형 수술’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며 다수의 퇴행성관절염 환자가 혼란스러울 정도였으나, 진정한 의미의 ‘환자 본인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때문에 자본력과 엔지니어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환자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 연구는, 국내보다는 의료 선진국인 미국 등지에서 먼저 연구되고 상용화가 시작되었다.
▲ 의료선진국에서 개발돼 시행중인 ‘3D 시뮬레이션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
인공관절 수술에 있어 앞서가는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보다 정확하고 안전한 인공관절 수술을 위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진보한 인공관절 수술법 중 대표적으로 3D 프린팅 기술과 컴퓨터 시뮬레이션(가상수술) 기술이 접목된 ‘3D 시뮬레이션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꼽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09년부터 시행됐으며, 국내의 경우 2010년 1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얻은 후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됐다.
수술과정은 먼저 수술 전 환자의 무릎을 CT 혹은 MRI를 통해 정밀하게 스캔한다. 이후 스캔한 정보로 컴퓨터 시뮬레이션(가상수술)을 통해 분석하여, 골반부터 발목까지 일직선을 이룰 수 있는 최적의 하지정렬 각도를 계산해낸다. 이를 통해 3D프린터로 환자의 무릎을 입체 모형으로 제작하고, 이에 따른 환자 본인의 하지정렬과 무릎모형에 정확히 맞는 수술도구인 가이드(PSI:Patient Specific Instrument)도 함께 제작된다.
강남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는 “3D프린터로 제작된 수술 도구는 수술 시 해당 환자의 무릎관절에 정확히 맞춘 것으로써 수술시 장착 한다”며 “이미 가상수술(시뮬레이션)을 거쳐 최적의 절삭위치가 표기되어 있어, 환자의 무릎에 가장 정확한 절삭위치 등을 안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기존 수술에 비해 정확도 향상되고 수술시간 줄어들어, 인공관절 자체수명 연장 기대
기존 수술은 관절을 절개한 후 하지정렬과 절삭위치 파악 등의 수술계획이 이루어지는데 반해, 3D 시뮬레이션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절개 전에 컴퓨터 가상수술로써 모든 수술계획이 수립된 이후에 절개를 통해 수술이 진행된다는 차이가 있다. 가상수술이 이미 시행되어, 기존 수술보다 단축된 시간 내에 정확한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또한 수술시간이 줄어든 만큼 출혈이나 감염, 합병증의 위험을 줄여 고령의 환자에게 더욱안정적이다. 고관절부터 무릎, 발목에 이르는 하지 정렬이 정확한 균형을 이뤄, 인공관절 자체의 수명 향상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난 2012년 SCI급 학술지 ‘CORR’에 등재된 미국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3D 시뮬레이션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PSI)’ 105례와 고식적 방법 55례를 비교한 결과, 수술 후 하지 정렬 및 인공관절 삽입 위치의 정확도가 고식적 수술법에 비해 ‘3D 시뮬레이션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한 그룹에서 의미 있게 높은 결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5년 SCI급 학술지‘KSSTA’ 에 채택된 포르투갈 연구팀의 연구결과에서는, ‘3D 시뮬레이션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PSI)’을 시행한 47명, 고식적 방법으로 시행한 48명을 비교했다. 그 결과 하지 정렬, 수혈 양, 수술시간, 입원일수 등에서 ‘3D 시뮬레이션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한 그룹에서 유의한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 미국 기술력 이용하기 위해, 대기기간 소요 및 높아진 비용 부담
이처럼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SCI급 학술지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 연구결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3D 시뮬레이션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국내에서 시술받기 위해서는, 환자의 데이터를 미국 현지로 보내 3D프린팅 된 환자의 무릎모형과 수술도구를 받기까지 약 2~3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또한 이로 인해 기존 인공관절 수술보다 한쪽 무릎당 약 1,000달러(약 100만원)라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되어, 가계에 부담을 느껴 차선책으로 다른 인공관절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때문에 해당 수술법의 국내화를 위해, 국내 대형 의료기관에서도 연구개발을 위한 자본투입 및 공학 엔지니어와 정형외과 전문의의 협업을 통한 기술개발에 성공해 시행을 시작했다.
▲ 국내 의료진과 공학자 협업 통해 국내화 성공, 최초 특허 획득에 이어 비용까지 낮춰
서울 강남권 유일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병원’인 강남 연세사랑병원 인공관절 연구팀(고용곤, 서동석, 허동범, 탁대현, 정필구)이 공학 엔지니어와의 지속적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자체 맞춤형 수술도구 및 설계기술을 개발해 국내화에 성공했다. 이는 기존의 수술도구를 보완하여 수술의 안정성을 높인 디자인으로서, 국내 최초로 특허청으로부터 2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된 ‘3D 시뮬레이션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미국 현지로 데이터를 보내고 모형과 수술도구를 제작해 다시 국내에서 받아야 할 필요가 없어져, 기존 인공관절 수술과 동일한 비용이 적용되고 있다. 더욱 정확해진 수술과 높아진 만족도, 낮아진 수술비용 덕에 환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과거 미국에 데이터를 보내 수술 전 소요되는 시간만 6~7주였다면, 국내기술화 된 현재는 수술 1~2주 전이면 수술계획을 세우고 수술도구를 출력하는 데 충분하다. 또한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도구(PSI) 제작비용이 추가되지 않고, 기존 인공관절 수술과 동일한 비용을 적용하여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없애 수술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강남 연세사랑병원 연구팀의 자체적인 기술력은, 지난 2015년 11월 ‘Biomed Research International', 2016년 11월 ‘Archives of Orthopaedic Trauma Surgery’ 등, SCI급 학술지에 2건의 ‘3D 시뮬레이션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 임상 연구결과가 채택된 바 있다. 위 연구결과를 통해 향상된 디자인의 수술도구를 실제 임상으로 적용해, 하지 정렬의 정확성을 높이며 수술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고용곤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본원의 수술법이 특허청으로 특허를 획득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세계적 학술지에 임상적으로 뛰어난 효과가 발표될 만큼 안전성도 인정을 받았다”고 전하며, “해외 의료선진국 못지않은 기술력으로, 국내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새 삶을 찾게 해드릴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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