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노출되면 2∼3일 후에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온열 전문 생리학자인 순천향의대 생리학교실 이정범 교수는 “현재의 폭염은 재난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인 재난에 해당한다”면서 “앞으로 폭염이 멈추더라도 그 이후 2∼3일 이내에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1일 밝혔다. 이 교수는 폭염 때 몸에 누적된 ‘축열’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처럼 바깥 온도가 체온(섭씨 36.5도)보다 높아질 때는 체내에 축적된 후 방출되지 않는 축열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체내에 축적된 열은 복사(60%), 땀을 통한 증발(22%), 대류(바람의 흐름. 15%), 전도(3%) 등의 방식으로 방출된다. 하지만 이런 열 방출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이 교수는 “더욱 큰 문제는 국내에서 축열에 의한 온열질환 통계가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폭염에 노출돼 일사병과 열사병 등으로 쓰러지는 환자는 병원 내원 시점에서 온열질환 통계로 집계되지만 남아있는 축열 때문에 다른 합병증이 생겨 며칠 후 병원을 찾거나 사망하는 경우는 온열질환으로 집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교수는 요즘과 같은 최악의 온열질환에 제대로 대응하고 향후 대안을 마련하려면 병원 임상기록을 근거로 한 환자 통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축열을 방출하려면 외출 후 꼭 샤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때 너무 차가운 물에 샤워하면 쇼크의 우려가 있는 만큼 하반신 이하만 10분 이상 찬물에 담가야 한다. 그는 또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꼭 가동하라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선풍기의 경우 더운 바람이 나오더라도 틀지 않는 것보다 트는 게 온열질환 예방에 낫다”며 “이는 밀폐된 공간에서 기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갈증이 유발되기 전부터 물을 많이 마시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폭염에 노출돼 목마르다고 느낄 때는 이미 온열질환이 시작된 상태일 수도 있다”면서 “물을 가지고 다니면서 갈증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마시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장유정인턴기자 wkd132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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