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발(發) 악재가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불리는 미국 거대 기술주의 불패신화를 뒤흔드는 가운데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로 지칭되는 중국의 주요 기술기업들도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과 함께 주가 폭락 사태에 직면했다. 특히 중국 기술주들은 개인정보 보호와 이용자 수 증가 부진 등 내부 문제에 봉착한 미국 기술주와 달리 미중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 정부의 위안화 가치절하 유도와 제3자 결제 규제 등 불가항력에 가까운 외부 변수에 맞닥뜨린 탓에 당분간 활로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텐센트 주가는 전날 홍콩증시에서 3% 이상 하락해 지난 1월23일의 고점(474.60홍콩달러)보다 25.2%나 떨어진 355.20홍콩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기간에 증발한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1,430억달러(약 159조8,000억원)”이라며 “이는 52주 내 고점 대비 시가총액 감소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텐센트 주가는 1일 홍콩 증시에서도 약세를 이어갔다. 텐센트 다음으로 고점 대비 시총 증발규모가 큰 기업은 지난달 26일 2·4분기 실적발표 당일에만도 주가가 19%나 폭락했던 페이스북(1,360억달러)이다.
모건스탠리는 “정점을 찍었던 각종 게임의 인기가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텐센트가 2주 뒤 발표할 2·4분기 실적과 관련해 게임 부문의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 증가에 그치고 전 분기에 비해서는 16%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익증가율은 전년동기 비 5.1%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해 텐센트의 게임 분야 매출규모는 1,678억위안으로 전체 매출의 70%를 웃돈다. 앞서 크레디트스위스·모건스탠리를 비롯해 최소 11개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텐센트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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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주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7월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6월14일의 고점(210.86달러)보다 12.5% 추락한 187.23달러에 마감했다. 2·4분기에 전년 대비 25% 늘어난 260억위안의 매출을 거둔 중국 최대 인터넷검색엔진 바이두 역시 이날 주가가 5월 고점 대비 14.9% 하락한 247.18달러에 머물렀다.
외신들은 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알리바바와 바이두의 주가 약세는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는 것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BAT 기업 모두 수익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발생하는 만큼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6.8293위안으로 지난해 5월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FT는 “지난해 중국 당국이 핀테크 리스크 관리를 위해 3자 결제 업체들의 결제 업무를 인민은행 관리감독 범위에 넣은 것도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운영하는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그림자금융을 잡기 위해 유동성을 옥죈 것도 기술 기업들에는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라고 전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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