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사이드 원전은 사업규모만도 150억파운드(약 22조원)에 달하는데다 한국형 원전 1호 수출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전이 기술력이나 운영능력에서의 높은 평가로 영국으로부터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은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그랬던 원전사업 협상이 계속 지연되면서 급기야 앞날마저 불투명해졌다니 배경을 놓고 의구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물론 영국 정부가 비용부담을 늘리고 수익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한전과 협의를 지속하기로 한 만큼 수주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우선협상자 해지를 한국의 탈원전 정책과 연관 짓는 해외의 시각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영국 가디언은 “한전이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의 구원자로 나섰으나 한국의 정권교체와 신임 한전 사장 임명 등으로 불확실성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협상이 교착된 이유를 한국 측에 떠넘긴 셈이다. 현지에서는 탈원전국에 어떻게 안심하고 원전 운영을 맡기겠느냐는 비판여론도 높다고 한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대신 원전 수출을 늘려 산업생태계를 살리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국내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인 원전이 해외에서 수출역군으로 뛰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신고리 5·6호기 납품이 끝나는 2021년 이후에는 국내 일감이 없어 납품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직면할 처지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해외 사례를 들며 정치적 이유로 원전을 조기 폐쇄하면 사회 갈등만 유발한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우리 원전의 수출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소중한 원전 기술과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