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을 위해 가입한 한 인터넷 카페.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심심치 않게 결혼이 화두가 된다. 그래서인지 최근 정부가 공급확대 계획을 발표한 ‘신혼부부 희망타운’이 얘깃거리로 떠올랐다.
“분당 아파트 당첨만 되면 웃돈이 2억이라네요.” “뭐 당첨만 되면 로또죠.” 희망적인 댓글로 시작된 이야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비관적으로 바뀐다. “분양가만 4억원이 넘는다는데 그림의 떡이지.” “결국 돈 있는 집 자식만 배 불리는 거 아냐.” 결국 대화는 “헬 조선”으로 마무리되고 만다.
지난 1년간 집값 안정에 모였던 정부 부동산정책의 역량이 올 들어 청년·신혼부부 주거안정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7월 초 정부가 발표한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 방안’은 기존 주거복지로드맵 중 젊은 층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정책 의지가 드러난다.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 치솟는 주거비 부담으로 좌절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유독 ‘신혼부부 희망타운’을 두고 말이 많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신혼부부용 주택 공급물량을 7만가구에서 10만가구로 확대한다니 그만큼 혜택이 늘어나는 셈인데 정작 수혜층인 젊은 층에서는 오히려 곱지 않은 반응이 나오고 있어서다.
무엇이 문제일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마이홈센터에는 정부가 발표한 신혼부부 희망타운 후보지 중 특정 지구에 대한 문의만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벌써 시장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셈이다. 돈 되는 신혼부부 희망타운에만 수요가 집중될 조짐이다.
실제로 지난달 대책 발표 당시에 공개된 공공주택지구 후보지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곳은 거의 없다. 전체 13곳 중 지방이 8곳이고 수도권은 5곳에 불과하다. 수도권 역시 성남 서현지구를 뺀 나머지 4곳은 시장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일선 실무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굳이 지방까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는 말도 들린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반값아파트의 전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기에는 수요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인기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급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겠지만 결국 괜찮은 땅들이 소진되고 나면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용지 확보 방식도 이명박 정부의 반값아파트를 닮았다. 현실적으로 값싼 택지 확보가 어렵다 보니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활용하겠다는 고육지책이다. 그렇다 보니 원활한 사업의 열쇠를 쥔 서울시조차 그린벨트를 공공주택용지 공급원으로 쓰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른바 ‘돈 된다는’ 성남 서현지구 역시 토지 소유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 토지주들과 협의도 거치지 않은 사유지를 일방적으로 공공사업용지로 수용하겠다는 방침에 주민들이 반기를 드는 것은 예상됐던 일이다. 주민과 사전 협의도 없이 무리하게 ‘철도 위 행복주택’을 추진하다 막혀버렸던 박근혜 정부 초기 행복주택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더더욱 정부가 경계해야 할 것은 이중가격에 따른 시장 교란, 소수만이 누리게 될 혜택이 가져올 역효과다. 이명박 정부는 반값아파트가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과적으로 집값 안정은 고사하고 소수의 당첨자에게 엄청난 시세차익만 안겨주는 부작용만 낳았다. 위례신도시와 성남 서현지구 역시 이미 시장에서는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웃돈이 기대되는 로또로 인식되고 있다. 싼값에 내 집을 마련하게 되는 소수에게는 ‘희망타운’이 되겠지만 자칫 그렇지 못하는 대부분 젊은 층의 상대적인 박탈감만 키울 수 있다.
정책의 조기 정착을 위한 초기역량 집중도 좋지만 과연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자신은 있는지 되묻고 싶다. 과연 서울 등 수도권 요지 밖에서도 꾸준히 저렴한 새집을 내놓을 계획은 서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신혼부부 희망타운은 소수의 신혼부부에게만 희망일 뿐 나머지에게는 그림의 떡, 내지는 ‘희망고문 타운’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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