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1일 “뉴질랜드는 향후 10년간 인프라 분야에서 96조원(약 1,250억 뉴질랜드 달러)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며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터너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주한 뉴질랜드 상공회의소와 대사관 공동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투자협력 분야로 호텔·인프라·교통·주택 부문을 들었다. 터너 대사는 “향후 5년간 전 세계인의 뉴질랜드 방문자 수가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호텔 인프라는 물론 새로운 항공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위협받고 있는 글로벌 자유무역질서 구축을 위한 한국과 뉴질랜드의 협력도 강조했다. 터너 대사는 “뉴질랜드와 한국은 모두 자유로운 국제교역을 통해 발전해온 국가”라며 “그러나 현재 이 같은 질서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점점 높아지고 있는 관세·비관세 장벽과 새로운 보조금 정책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자유로운 국제교역질서를 확립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한국만 한 파트너가 없다”면서 “곧 발효될 예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의 한국 참여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발효될 예정인 CPTPP에는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말레이시아·베트남·페루·호주·멕시코·캐나다·일본 등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협정이 발효되면 일본은 총 무역품목의 95%, 나머지 10개국은 99% 이상 관세가 철폐된다. 당초 미국도 이 협정에 참여하고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탈퇴했다.
남북한 동시 수교국인 뉴질랜드의 향후 대북한 외교정책 방향과 관련해 터너 대사는 “한국과 미국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수교국인) 뉴질랜드와 북한의 외교관계 정상화는 북한 쪽에서 비핵화를 위한 조치들을 이행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주북한 대사를 겸임하고 있음에도 북한 핵 문제가 악화된 지난 2014년 이후 주한 대사가 북한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고 주인도네시아 북한 대사도 뉴질랜드 대사를 겸임하고 있지만 2014년 이후로 뉴질랜드를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관계를 정상화하려면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터너 대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계속 지켜야 한다”며 “이 지점까지 오게 된 것도 유엔 제재가 주효한 것으로 생각하며 계속해서 유엔 제재를 통해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올해 4월 주한 대사로 부임한 터너 대사는 1986년부터 13년간 직업 외교관으로 일하다 1999년부터 대사 부임 전까지 뉴질랜드의 세계적 낙농업체인 폰테라에서 낙농개발 부문 본부장 등을 지낸 경력이 있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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