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작품 출연을 결정하는 데에는 시나리오, 캐릭터 등 많은 이유가 있다. 하지만 ‘신과함께’ 시나리오를 받아 본 하정우에게 이는 논외의 문제였다. 그가 큰 도전에 과감히 뛰어든 이유는 10여 년간 인연을 이어온 김용화 감독과의 의리 때문이었다.
2009년 하정우는 영화 ‘국가대표’를 통해 김용화 감독을 만났다. 중앙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연출자와 배우로 호흡을 맞춘 후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 적인 관계를 넘어 늘 옆에서 자신을 응원하고 지켜봐 준 김용화 감독을 위해 하정우는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보답을 약속했다.
“감독님이 ‘미스터고’를 개봉하고 2주 뒤에 제 작품인 ‘더 테러 라이브’가 개봉했다. ‘더 테러 라이브’의 스코어가 아주 좋았다. 남이 잘 될 때 옆에 있어주는 건 정말 어려운 거다. 그런데 김용화 감독은 ‘미스터고’가 사랑을 덜 받았을 때도 나를 더 칭찬해주고 축하해줬다. 그걸 보면서 그릇이 큰 사람이라는 걸 느꼈고 다음 작품이 뭐가 됐든 꼭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 주연배우로서 나를 쓰게끔 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출연하게 된 작품이 ‘신과함께’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하정우는 ‘신과함께’의 강림이 되어있었다. 김용화 감독에게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받아 본 하정우가 처음으로 한 생각은 ‘설마’였다.
“그리고 6개월 뒤 ‘신과함께’를 하겠다고 하더라. 웹툰을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이걸 한다고? 설마’ 싶었다. 시나리오를 보니까 앞이 더 캄캄했다. 사실 이전까지 한국 영화에서 판타지물이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어떻게 이 영화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관객들에게 재밌게 소개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
하지만 막막했던 심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으로 변해갔다. 어려운 도전이었던 만큼 김용화 감독은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신과함께’를 이끌어갔다. 그 열정은 배우들에게도 온전히 전해졌다. 하정우가 ‘신과함께’의 성공을 예감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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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가 점점 진화하는 것을 보면서 확신이 생겼다. 드라마에 임팩트가 있고 (1부의 내용에서는) 감독 본인이 직접 경험한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진심이 통할 거라 생각했다. 촬영이 진행되면서 옆에서 최선을 다하는 감독의 모습을 목격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사람들이 열심히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가 잘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중에서도 촬영을 하면서 뭔가 뿌듯하고 좋은 기분이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런 영화들이 대체로 큰 사랑을 받더라.”
하정우는 늘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 여긴다. 그가 참여한 작품에는 대부분 그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동료들이 등장한다. 천만 배우인 그가 신인 감독의 입봉작을 차기작으로 선택한 것 역시 대학 시절의 인연 때문이었다.
“차기작은 ‘클로젯’이라는 작품이다. 김광빈 감독의 입봉작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를 촬영할 때 녹음 기사로 만났다. 그때는 학생 영화니까 촬영 중에 휴학을 하거나 도망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스태프들의 이탈이 심했다. 그런데 김광빈 감독은 입대 전날까지 끝까지 촬영장을 지켰다. 그때 인연이 됐고 3년 전에 시나리오를 들고 왔다. 같이 만나서 영화를 얘기하고 드디어 촬영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9월 10일에 크랭크인 한다.”
하정우에게 사람과의 관계를 잘 쌓아가는 것은, 결국 좋은 배우가 되는 길이기도 했다. 그는 가벼운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주연 배우,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는 내려놓고 늘 한결같은 자세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가 배우로서 갖는 목표였다.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이미지나 위치 때문에 작품 선택에 있어 제약을 받고 싶지는 않다. 자유롭게 사람들하고 어울리면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 주연배우라고 해서 단면적인 책임감에 제작진에게 ‘이렇게 해 달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신인 감독이든 제작자든 똑같은 눈높이로 스스럼없이 작업 하고 싶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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