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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칼럼]육군, 구조적 역차별의 늪에 빠지나

국방부, 합참 공통직위 1:1:1 배분 추진

‘군별 특성, 구성비 도외시한 탁상 행정’

해·공군 합참에 몰려 야전 지휘관 부족

육군은 정책부서 근무 ‘별 따기’ 수준





국방개혁 2.0의 합동성 강화가 길을 잘못 들었다. 국방부는 최근 합동참모본부에 근무하는 중령급 이상 공통직위를 육해공군에게 동등한 비율로 배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통 직위란 누가 맡아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리를 뜻한다. 현행 제도 아래 공통직위의 각 군별 구성비는 2대1대1. 국방부는 이를 1대1대1로 바꿀 계획이다. 명분은 각 군의 균형발전과 합동성 강화. 그러나 벌써 부작용을 우려하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린다.

지난 7월 말 현재 우리 군의 총병력은 61만8,000명. 육군 48만3,000명, 해군 7만(해병대 2만9,000 포함), 공군 6만5,000명이다. 해군을 기준 삼으면 비율이 6.9대 1대0.93이다. 육군이 타군보다 7배쯤 많다는 얘기다. 육군의 수가 압도적인 것은 북한 지상군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것이다. 미국도 지상군 중심의 한국군을 바랐다. 예전으로 올라갈수록 이 비율은 더 벌어져 육군이 지금보다도 훨씬 많았다. 해군과 공군은 1970년대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해군과 공군이 이만큼이나 규모를 갖추게 된 것은 경제 성장 덕분이다. 고가의 함정과 항공기를 도입하며 해공군은 느리지만 견실하게 성장해왔다. 상대적인 비율 역시 더 높아지게 돼 있다. 병력 감축이 주로 육군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국방개혁 2.0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육군 병력이 11만8,000명이 줄어들면 각 군의 병력 비율도 5.2대1대0.93(해군 기준)으로 변한다. 육군 입장에서는 병력이 줄고 합참 공통직위의 각 군별 구성비(2대1대1)가 유지돼도 합참에 진출할 기회가 여전히 적은 것은 마찬가지다. 각 군이 합참에 근무하는 자리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것은 ‘정책부서’라는 점 때문이다. 정책과 행정 경험을 쌓은 고급 장교가 군을 이끌어나갈 시야를 갖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서울 근무와 자녀 교육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높은 선호도와 달리 합참 근무의 문호는 극히 제한적이다. 합참의 과장급인 대령 계급의 경우 자리가 69개(필수 직위는 22개). 육해공군의 비율이 35대17대17로 유지되고 있다. 2,000여명을 넘는 전군의 대령 중에 극소수만 정책부서 근무가 가능하다. 인원이 많은 육군에서는 더욱더 ‘하늘의 별 따기’ 격이다. 선후배들에게 인정받는 엘리트 장교가 장군 진급 전에 한 번 근무할 수 있을까 말까 하는 정도다. 반면 해공군은 상대적으로 합참 근무가 쉬운 편이다. 특정군의 특정병과의 중령 이상 계급의 70%가 합참에 근무하는 기현상도 있다.



반대로 야전은 비어간다. 고급 장교들이 합참에 근무하다 보니 일선 부대에서는 지휘관이 모자라 대대장을 소령이 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연히 정원(T/O) 증원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필요할 경우 이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나 더 큰 논란을 낳을 수 있는 사안이다. 감군 추세 속에서 해공군만 고급 장교 정원을 늘릴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국방개혁 2.0의 핵심 중 하나인 장군 수 감축의 주요 대상이 육군이다. 줄어드는 장성 자리 76개 가운데 66명이 육군에 할당됐다.

육군의 장군 자리가 줄어들면 육군의 대령과 중령도 감축될 것이 자명하다. 육군은 마냥 줄어드는데 해공군이 늘어난다면 역차별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비율이 1대1대1대로 변경돼 합참의 자리가 없어지면 육군의 소외감과 불만도 더 커지기 마련이다. 각 군의 보이지 않는 반복과 질시가 깊어지고 ‘합동성 강화’라는 대전제 역시 흔들릴 수 있다. 물론 이를 추진한 국방부도 논리가 없지 않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합동참모본부의 운용을 병력 수에 연동하는 시각이 아니라 각 군 간 합동성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현행 시스템은 합동성 제고에 문제가 있을까. 합참의 심의 및 의결기구인 합동전략실무회의(영관급)와 합동전략회의(장성급)과 합동참모회의(합참의장과 각 군 총장)는 육해공군이 동일한 정족수로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의사를 결정한다. 최고 기구도 모자라 현업부서까지 평등의 원리를 적용해 인력을 운용한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나. 손자병법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사자도 물속에서는 새우에 뜯어먹히고 바다의 지배자 상어가 뭍에 나오면 개미의 먹이일 뿐이다.’ 젊은 인재의 양성과 적재적소 활용은 동서고금을 떠나 조직 운용의 기본이다. 걱정된다. ‘육해공 1대1대1’이 가져올 부작용이.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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