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같은 것이다. 어떻게 떠나보내겠나.”
2일(현지시간) 애플이 ‘꿈의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하자 지난 1985년 말 주당 39센트에 애플의 주식을 산 도나 펜(59)씨는 그동안의 투자 기간의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애플 주가는 전날 5.9%에 이어 이날 2.92%의 상승세를 기록하며 207.39달러에 장을 마감, 종가 기준으로 1조17억달러(약 1,131조4,201억 원)를 기록했다. 1976년 창업 이후 42년 만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수십 년에 걸쳐 애플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이 인내심의 보상을 받았다”면서 펜씨를 비롯해 애플이 주당 1달러가 채 되지 않았던 1980∼1990년대 주식을 산 평범한 투자자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펜씨는 자신의 친구와 교제 중이던 주식중개인의 권유를 받고 애플 주식을 처음 샀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985년 말 애플은 주식분할 후 주당 39센트 수준에 거래됐다. 펜 씨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분의 1을 처분했고 이후에도 몇 번이나 매도 버튼을 누르고 싶은 유혹을 느꼈지면 무사히 넘긴 결과 현재 5만%가 넘게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한 투자자 상당수는 “그저 애플이 좋아서 주식을 샀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애플이라는 기업 자체와 제품,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애플이 파산 위기에까지 몰렸던 1990년대 말에도 투자를 거두지 않은 마니아들이다.
잡스가 애플로 복귀한 이듬해인 1998년에 처음 애플 주식을 산 브루스 페퍼(59) 씨는 1980년대 회사를 운영하면서 컴퓨터 ‘애플 IIe’를 쓰기 시작했고 지금도 어딜 가나 아이패드를 끼고 산다. 컴퓨터 만지기를 좋아하고 대학에 가면 맥 컴퓨터를 사고 싶어 안달이었던 엘리엇 레빈(36) 씨는 1997년 15살 생일에 받고 싶은 선물로 애플 주식을 꼽아 부모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그는 위기에 빠진 애플을 살리는 데 작은 도움이 되고 싶었다면서 “연대의 행동 같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애플에서 1983∼1992년 회계 업무 등을 맡았던 존 월너(61) 씨는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수입 다변화를 위해 애플 주식을 내다 팔았지만, 마지막 몇 년간 매수한 애플 주식은 아직도 보유 중이다. 그는 잡스가 복귀했을 때 애플의 미래를 낙관했다면서 “가만히 있으면서 잡스가 뭘 하는지 지켜보자 싶었다”고 말했다.
2011년 잡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애플 사랑’이 지극한 투자자들은 팀 쿡의 애플에 계속 신뢰를 보냈고 개인 투자자들이 그렇게 지킨 애플 주식은 노후를 보장해주고 자식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자산이 됐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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