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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북화합과 대륙철도시대, 철도 통합으로 경쟁력 길러야

윤기창 한국유통경영학회 부회장·경영학박사

윤기창 한국유통경영학회 부회장




거짓말처럼 봄이 왔다. 판문점 선언. 이어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 한·러 정상회담. 이 자리서 12건의 한·러 경제협력이 체결됐다. ‘평화’라는 꽃이 폈고, ‘경제’라는 향기가 묻어온다.

경제협력의 선봉장은 ‘철도’다. 산업의 핏줄이라 불리는 물류가 트여야만 산업이 연결되고 재화가 순환한다. 철도의 연결은 우리의 경제영토가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로 넓어짐을 의미한다.

미래는 눈앞에 있다. 이미 러시아는 수년 내 TSR(시베리아횡단철도)와 TKR(한반도종단철도) 연결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으로 북한철도 현대화 사업에 지원할 의사가 있다. 일본은 해저터널을 통한 한국과의 철도 연결 의지를 다진다. 대륙철도시대는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

한반도 철도 연결, 나아가 대륙철도를 달려 나가야 하는 상황. 철도 운영을 맡고 있는 간판스타를 양성할 때다.

한반도 고속철도(서울∼평양∼신의주)와 대륙 고속철도(서울∼베이징 등), 유라시아 철도물류를 운영할 현실적인 역량을 가진 회사는 개인적인 생각엔 코레일뿐이다. 북·중·러 철도기관과 협상할 카운터 파트너로도 가장 적합하다. 코레일은 고속철도와 간선철도, 물류철도의 영업, 운전, 차량정비, 신호, 유지보수까지 전 분야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종합 철도회사다.



그러나 ‘국가대표’ 철도 기업의 앞날은 험난하다. 세계 최대 고속철도망을 보유한 중국, 유라시아 철도의 종주국이자 국제철도협력기구(OSJD)를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인 ‘신칸센’을 탄생시킨 일본 등 철도 초강대국들이 한반도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 철도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 것이다.

한편, 국내의 철도산업은 어떤가? 경쟁이라는 명목 하에 분리된 수서고속철도(SR)은 철도 인프라를 저렴하게 이용한다. 코레일의 재정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벽지노선에선 어쩔 수없는 적자가 난다.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이다. ‘철의 실크로드’ 시대에 한국 철도는 부담중량을 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철도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대표적인 기간산업이자 규모의 경제에 기초한 산업이다. 여기에 공공성도 있다. 철도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와 독일만 보더라도 최소한 정부가 의도적으로 경쟁기업을 양산하지는 않는다. 중국철도가 철도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것도 광활한 국토면적을 바탕으로 통합된 규모로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과거와 달리 미래에는 시장의 범위가 무궁무진하게 커질 것이다. 전 세계다.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국토, 작은 철도시장을 분할하고 경쟁하는 것은 시대착오 아닐까. 이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자원을 축적해야 한다. 분리된 고속철도 운영을 일원화하는 것이 방법 아닐까.

미래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다.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 그 속도는 빛보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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