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온갖 쓰레기가 매립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택지개발지구 땅을 팔았다가 1억여원을 배상하게 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2단독 김광섭 부장판사는 A재단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울시는 재단에 1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서울시에서 분양한 택지개발지구 땅에 온갖 폐기물이 묻힌 사실이 10여년 만에 이뤄진 터파기 공사에서 드러났는데 서울시가 이런 사실을 숨긴 채 땅을 넘겼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다.
이번 소송은 서울시가 1991년부터 조성한 서울 강서구 방화동 일대 택지개발지구 땅 가운데 2,645㎡를 분양하면서부터 시작된다. 2002년 처음 매도된 땅은 몇 명의 주인을 거쳐 2004년 A재단으로 넘어갔다. A재단은 2016년 이 땅을 되팔았다. 이후 이 땅을 사들인 회사가 아파트 신축을 위해 터파기 공사를 하던 중 약 1,580㎡에 달하는 면적의 구역 지하 2∼6m 지점에서 철제 펜스와 폐콘크리트, 폐목 등의 폐기물이 발견됐다.
A재단은 소송 끝에 폐기물 처리비용 1억여원을 물어준 뒤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땅은 원래 밭이나 하천이던 땅을 수용해 택지로 조성해 분양한 것으로, 4년여간 진행된 조성공사에서 지반조사나 절토 등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광범위한 폐기물이 매립돼 있던 것을 서울시가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02년에는 주변에 아파트 등이 들어서 주민들이 입주했고, 이 땅이 주차장 등으로 사용된 사실을 고려하면 서울시가 분양한 뒤에 소유주나 제3자가 방대한 폐기물을 묻었을 가능성도 없다고 봤다. 특히 서울시가 이 땅을 매도하면서 계약서에 ‘특정 지점 아래의 부지에서 발견되는 폐기물 등 불량여건은 택지조성공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은 것이 오히려 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이 조항에 대해 “토지에 폐기물 등이 매립됐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하자담보 등 책임을 떠넘기려 만든 조항으로 보인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매립된 폐기물은 서울시가 택지 조성공사를 하면서 매립했거나, 적어도 조성공사를 할 때 폐기물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처리하지 않고 방치한 채 흙을 쌓아 분양했다고 봐야 한다”며 “매립 사실을 알면서도 적법하게 처리하지 않고 땅을 매도한 불법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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