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대형 백화점의 청소 근로자들은 휴식시간이면 계단에 앉아 지친 팔과 다리를 주무르면 쉰다. 때로는 화장실 양변기를 찾기도 한다. 휴게실이 있지만 근로자들이 모두 들어갈 만큼 넉넉하지 않은 탓이다. 해당 백화점 관계자는 “정부가 휴게시설 규정을 강화하면서 규모·설비를 개선했지만 근로자 모두가 충분한 휴식을 누리기엔 여전히 부족하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들의 휴게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를 산업현장에 배포한다고 5일 밝혔다. 지침에 따르면 각 사업장은 1인당 1㎡, 최소 6㎡(약 1.82평)를 휴게시설로 확보해야 한다. 휴게시설은 작업장 안이나 걸어서 3~5분 거리(100m 이내)에 마련하고 냉난방·환기 시설도 갖춰야 한다. 등받이 의자, 탁자도 필수며 조명·소음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올여름 사상 최악 폭염에 시달리는 옥외 작업장에 대해서는 그늘막, 선풍기를 휴게시설에 마련하라고 고용부는 규정했다. 겨울철 한파에 대비한 온풍기 등 난방시설도 필요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휴게 시설 규모와 세부 기준은 독일 등 해외 선진국 사례에 맞춰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근로자 휴게시설 개선안을 마련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구속력이 없어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사업장 휴게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근로자 1,623명 중 64.6%가 “휴게시설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답했다. 휴게시설 부족을 호소한 근로자들은 작업장에서 휴식하거나(41.1%), 계단(3.9%) 등에서 쉰다고 응답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정부 가이드라인은 휴게시설 규모와 비품관리 등에 대한 구체성을 담고 있지만 강제성 없는 권고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근로자 휴게시설에 관한 규정(산업안전보건법 제 29조)을 위반하면 과태료 500만원을 물게 돼 있다.
야외 근로자를 위한 휴식 지침을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터건강을지키는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는 지난 4일 “고용부가 정한 작업 중단 기준인 섭씨 33도씨가 아닌 기상청 더위체감지수 30도를 넘기면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세종=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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