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이 5일 ‘정동영 체제’를 선택했다. 당 안팎으로 ‘과거로의 회귀’라는 반발을 무릅쓰고 당 대표 출사표를 던진 정 대표는 전 당원 투표(90%)와 국민 여론조사(10%) 합산 결과 6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의 간판임을 확인했다.
정 대표가 마주해야 현실은 가시밭길이다.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격화된 당내 갈등,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의 협치, 범진보 개혁입법 연대,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회복 등 당 안팎의 사정이 녹록지 않다. 특히 후반기 국회 최대 관심사인 정부 여당과의 관계 설정은 정 대표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정 대표는 당선자 기자회견에서 “평화당의 모든 것을 다당제(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개혁에 걸겠다”며 “선거제도 개혁을 (여당이) 받아들이면 100%, 200% 협조할 것이지만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인 한 어느 것도 협력할 수 없다”고 대여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하지만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개혁 대 반개혁’ 프레임이 강화될 경우 정 대표는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거점인 호남에서 지지율이 높은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울 경우 자칫 ‘반개혁’ 세력으로 낙인찍혀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정부 여당과 협치, 개혁입법 연대에 적극 협조할 경우 ‘정부 여당의 2중대’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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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갈등도 봉합해야 한다. 평화당은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정동영 대 반(反)정동영 전선이 형성돼 극한 대립을 이어왔다. 전대 이후에도 최고위에서 지도부 간 충돌이 계속되면 평화당의 쇄신 작업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정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평화당을 살릴, 국민 편에 서서 약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방법은 지도부 단합이 대전제조건”이라고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1~3%대에 머무르고 있는 지지율 반등이라는 과제에도 직면해 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공동교섭단체의 지위마저 상실하면서 원내 영향력과 언론의 관심이 줄어든 점도 악재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7년 전 희망버스 달려간 한진중공업 현장에 노회찬과 정동영이 앞장섰다”며 “약자들 편에 섰을 때 지지도가 5%, 30%로 오른 경험이 있다”고 지지율 상승을 자신했다. 민생과 현장 노선을 강조한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2011년 ‘희망버스’ 사건이 있었던 한진중공업에서 연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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