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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민경숙 TNMS대표 "비즈니스파트너로 女, 존재하지 않던 시절…그래서 더 이 악물었어요"

"모든 여성 일해야 성평등 만들수 있어"





“저는 잘난 척하는 여자였어요.”

민경숙(58) TNMS 대표의 지난 20년은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어머니가 집안을 돌보고 아이를 키우는 게 당연했던 그때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버티고 또 버텼다. 저녁6시에 퇴근한 뒤 9시까지 아이와 놀아줬다. 그리고 아이가 잠든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남은 업무를 살폈다. 항상 잠이 부족했다. 민 대표는 “아이를 키우는 것도 내 특권이고 외국에서 많이 배운 것도 특혜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런 체력적인 면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여자 사장’을 인정하지 못하는 당시 사회의 시선이었다.

“미투, 언젠가 터질 것들이었어요. 20년 전에는 일상이었지요. 당했다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당시 사장들에게 여자란 청소하는 아줌마, 커피 타고 복사지 나르는 여직원, 술집 여자 이 세 종류밖에 없었습니다. 비즈니스파트너로서 여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이에요. 더군다나 공부면 몰라도 사회에서 남자가 여자한테 진다? 굴욕 중 굴욕이었지요. 저는 민경숙 사장, 민경숙 박사가 아니라 ‘여자’ 사장, ‘여자’ 박사로 통했어요. 그래서 더 이를 악물었고요.”

민 대표는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 자존심이 상해 있을 수가 없었다. 비즈니스파트너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일 뿐인데 그가 만났던 사장들은 민 대표에게 블루스를 함께 춰주기를 원했다. 민 대표는 “당시 여자가 비즈니스를 하려면 남자 사장들이 질펀하게 노는 곳에 뛰어들거나 아니면 접대원처럼 여자 행세를 완벽하게 해야 하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며 “이런 요구를 하는 이들과는 도저히 타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민 대표는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여성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죠. 고학력은 고학력대로, 저학력은 저학력대로 일을 해야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도, 우리 사회도 더 나아갈 수 있어요.” 그러면서 민 대표는 “‘맞벌이 부부’ 중 한 명의 월급 전체를 가사도우미에게 지급하는 한이 있더라도 여성이 일을 해야 잘못된 관습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도 국회의원·CEO·장관 앞에 ‘여성’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만큼 여성의 고위직군 진출은 쉽지 않다. 여성 CEO가 흔치 않은 것도 여전하다. 민 대표는 “내 자신이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정시퇴근’만큼은 무조건 지키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사실 저조차도 6시에 집에 가지 않으면 안 됐어요. 지금은 아들이 장성해 펀드매니저가 됐지만 한창 사업을 일굴 때는 뒷바라지할 일이 정말 많았습니다. 제가 유학했던 유럽과 미국에서는 여성이 일과 가정에 모두 주도적이었어요. 한국은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적어도 가정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여성은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첫째가 정시퇴근이고요. 이렇게 몸으로 느낀 사람이 늘수록 점점 사회가 변할 거라 믿습니다. 어디 가서 말조차 하기 힘들었던 ‘미투’가 불길처럼 퍼진 것만큼요.”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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