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지금 피곤하니? 난 아직 멀었어 (Are you tired? I’m not tired!)”
폭발적이었다. 걸크러시를 넘어 마치 한 명의 여전사와 같았다.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미국가수 할시(23·사진)의 첫 내한공연은 날씨처럼 뜨거웠다.
두아 리파, 카밀라 카베요와 함께 떠오르는 신예 여성 아티스트로 꼽히는 할시는 2016년 빌보드 싱글차트 1위곡인 체인스모커스의 ‘클로저’을 피처링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어 지난해 발표한 정규 2집 ‘호프리스 파운틴 킹덤(Hopeless Fountain Kingdom)’은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미투 캠패인’이 미국 연예계를 휩쓸 때, 그래미어워즈에서 흰 장미를 들어 지지를 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트위터에 “우리는 다른 인종, 트랜스젠더, 동성애에 소홀하지 않은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올리기도 했다.
공연장은 10~20대 여성들로 꽉 찼다. 관객 1,200명 중 여성이 80%였다. 한쪽 어깨 끈을 푼 서스팬더 팬츠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그는 마치 한 마리 치타처럼 무대 위를 폭주했다. 히트곡 ‘컬러스’를 부를 때는 과감하게 무대 아래 스테이지석으로 내려가 안전바 위에서 열창하기도 했다. 그의 열정에 관객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컬러스’에 이어 ‘클로저’가 시작되자 관객은 1,200명이 아닌 1만2,000명이 불렀다고 해도 믿길 정도로 목소리를 드높였다.
열광적인 반응에 할시 역시 감격했던 듯 했다. 그는 노래 중간에 “서울에 오기까지 너무 멀었지만 정말 인상적이다. 이곳의 팬들만큼 열광적인 관객은 없었다. 빠른 시일 내 반드시 또 오겠다”고 밝혔다. 앙코르곡 ‘홀 미 다운’과 ‘배드 앳 러브’가 끝난 순간, 할시는 한국말로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폭염 속 냉방시설이 가동돼 시원했던 공연장처럼 뜨거우면서 속 시원한 할시의 첫 내한 공연이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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