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9일 소환 조사한다. 지난 6일 김 전 실장이 구속 만기로 출소한지 사흘만에 검찰 조사 받으러 출석하는 것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9일 오전 9시30분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에게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전범기업 상대 소송을 두고 법원행정처와 청와대가 거래했는지 캐물을 방침이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징용소송을 정부 입장에 맞춰 미뤄주는 대가로 법관 해외파견지를 늘리는 데 도움을 받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을 관철시키려 한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13년 10월 청와대를 방문해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과 징용소송을 논의하고 법관 해외공관 파견에 협조를 부탁한 사실을 확인했다. 임 전 차장과 주 전 수석의 면담 내용은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도 전달됐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을 상대로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청와대가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 추궁할 방침이다. 김 전 실장이 법원행정처 관계자를 직접 만나 민원을 들었는지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는 법관 해외파견을 위해 김 전 실장과 이정현 전 홍보수석 등 당시 청와대 인사위원회를 접촉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도 작성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8일 오전 법관사찰 등 의혹 문건을 다수 작성한 전 법원행정처 기획1·2심의관 김 모 부장판사를 소환 조사한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심의관으로 근무하며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칼럼을 기고한 판사를 뒷조사한 ‘차○○ 판사 게시글 관련 동향과 대응 방안’ 문건을 만들었다. 지난해 2월에는 법원행정처를 떠나면서 인사 이동 당일 2만4,500개 파일을 전부 삭제한 것으로 법원 자체조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의 뒤를 이어 법원행정처에서 의혹 문건을 작성한 임 모 판사를 최근 비공개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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