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명박(77) 전 대통령 측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거액의 금품을 전달한 내용이 기록된 비망록이 주목을 받고 있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 재판에서 검찰은 이 전 회장이 2008년 1월 10일부터 5월 13일까지 작성한 비망록 사본 일부를 공개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2007부터 2011년까지 이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22억5000만원과 1230만원어치 양복 등 22억6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2월 23일자 비망록에 ‘통의동 사무실에서 MB 만남. 나의 진로에 대해서는 위원장, 산업B, 국회의원까지 얘기했고 긍정 방향으로 조금 기다리라고 했음’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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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전 회장이 “대선 전 최선을 다해 자금 지원을 해드렸다”면서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총재, 국회의원 공천 등 자신이 원하는 자리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의 기대와 달리 인사가 내정되지 않자 MB 측 인사들에 대한 배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3월 28일 비망록에서 “MB와 연을 끊고 다시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로 괴롭다. 나는 그에게 30억원을 지원했다”며 “옷값만 얼마냐. 그 족속들이 모두 파렴치한 인간들이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적기도 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은 석달 뒤인 2008년 6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올라 2013년 6월 퇴임했다.
/정진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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