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위키피디아 사전은 설명한다. 중세 영국의 장원 제도하에서 집사(스튜어드)는 주인의 재산을 관리했다. 이처럼 기관투자가가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해 가입자의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도록 행동원칙을 만들어 놓은 자율규범이 스튜어드십 코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지난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나타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 기관투자가들이 수탁자로서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는 반성의 논의가 진행된 것이 배경이다. 이후 2011년 네덜란드, 2013년 스위스, 2014년 일본 등 약 20여개국이 이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도 2016년 12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기본 7개 원칙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2018년 7월30일자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의결했다. 국민연금은 2017년 말 기준 131조5,000억원의 국내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기업도 무려 299개에 달한다. 이들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할 수 있는 경영권 행사는 이사 추천 및 해임, 최고경영자(CEO)의 해임 추진 등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대체로 지배주주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CEO 리스크가 큰 반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는 독립성과 전문성의 제약으로 감시기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하게 되면 기업경영에 개입하게 되고 특히 국민연금이 최대주주 또는 2대 주주로 있는 대기업 집단이나 대형 금융기관의 경우 새로운 관치경영이 대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의 지분 9.5%를 포함해 삼성·현대차·SK·LG그룹 계열사 중 상당수 회사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금융그룹의 최대주주 내지 2대 주주 지위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상장기업만도 현재 100곳이 넘는다. 국민연금은 자산운용 규모가 635조원을 상회하는 막대한 규모라 외부 자산운용사에 운용을 위탁하는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위탁운용사들에도 동일한 잣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성경에 등장하는 청지기(steward)란 주인(하나님)의 소유를 맡아 관리하는 사람이다. 청지기는 청지기일 뿐이다. 스스로 주인 행세를 하고 싶고 경배를 받고 싶으면 바로 죄를 짓기 시작하는 동기가 된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과 적용에 있어 연기금의 가입자들, 즉 국민이 주인임을 알고 기관투자가들은 주인의 유익을 위해 선한 청지기의 역할만을 할 때 스튜어드십의 선기능이 나타날 것이다. 이번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도입을 계기로 한국 기업도 오너리스크를 해소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경영의 자율성이 침해받는다는 우려도 불식해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쟁력이 강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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