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한 가지만 해서 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유럽에서는 하나의 학문만 공부해서는 교수가 될 수도 없습니다. 학생들이 융합전공을 이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양한 학문 분야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박종구 서강대 총장은 9일 서울 신촌 캠퍼스 본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서강대, 더 나아가 한국 대학의 미래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박 총장은 특히 “지난해 3월 취임식에서 제일 먼저 화두로 던진 게 바로 융합교육”이라며 “이번 가을부터 학부 단위에서는 지식융합미디어학부가, 공학부 전공 단위에서는 인공지능 연계전공, 빅데이터 사이언스 연계전공 등이 학생들을 모집한다”고 강조했다.
지식융합미디어학부는 커뮤니케이션학부(옛 신문방송학과)와 지식융합학부·영상대학원 등이 시너지 효과를 위해 합쳐져 신설된 학부다. 서강대가 지난 1999년 국내 대학 최초로 도입한 연계전공은 두 가지 이상의 전공을 연계한 새로운 전공이다. 서강대 내에는 현재 융합소프트웨어전공·스포츠미디어전공 등 총 14개 연계전공이 개설돼 있다. 서강대는 올해부터 인문·이공계 간 융합이 뚜렷한 연계전공은 융합전공으로 전환한다. 이외에도 서강대는 학문의 경계를 넘어 2개 이상의 전공을 공부하는 다전공, 학생들 스스로 커리큘럼을 디자인해 이수하는 학생설계전공 등을 운용하고 있다. 공연예술인문학전공이 일례다.
이 같은 학제 개편 및 운영을 통해 그가 양성하려는 인재는 창의적 인재다. 박 총장은 “‘서강고등학교’라는 이미지가 단점일 수도, 어떤 측면에서는 장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시대가 창의성을 요구하고 있고 대학이 창의성을 발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의를 달 수 없다”며 “학습의 효율성만을 위한 제도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자칫 창의성을 질식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서강대 출신은 능력이 있고 무슨 일을 맡겨도 다 잘하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능력 발휘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며 “앞으로 서강대 출신이라고 하면 ‘모범생 타입 인재’보다는 ‘도전적·창의적 인재’라는 인상이 떠오르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1979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에서 신학 학·석사 학위를, 이탈리아 그레고리안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교육에서 배울만한 부분이 있는지를 묻자 ‘자기 주도적 학습’을 꼽았다. 박 총장은 프랑스로 갔을 때인 1987년 논술형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를 봤는데 문제를 하나도 제대로 풀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한국의 교육은 정답을 찾는 교육, 정답이 아니면 다 틀린 것이 되는 이른바 ‘주입식 교육’인 반면 프랑스 교육은 자기 논리를 찾는 교육”이라며 “정답에 도달하기까지 방법도 많고 여러 경로가 열려 있어 창의성·다양성이 길러지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학이 산학협력 확대와 취업률 제고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최근의 경향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박 총장은 “서강대 교수들도 상당히 특허를 많이 내고 있는데 교수들이 연구를 진행하는 동시에 산업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산학협력은 추천할 일이고 연구를 위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것은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하지만 대학이 산학협력을 너무 강조하면 자칫 본질적인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대학이 취업률 제고를 교육 철학 차원에서 앞세워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임지훈·오지현기자 jhlim@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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