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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영의 영화人] 살아있는 듯한 몬스터…영상 합성 '마지막 해결사'

<1> 김지운 디지털 컴포지터

캐릭터 움직임·배경·특수효과 등 총괄

실제 장소·건물 활용 관객 몰입도 높여

韓블록버스터에도 꼭 한번 참여하고파





지난 8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몬스터호텔3’에서는 평생 일과 가족 돌보는 것 외에 여념이 없었던 몬스터호텔 주인장 드락은 딸 마비스의 제안으로 무려 541년만에 몬스터호텔을 벗어나 온 가족이 함께 하는 크루즈 여행을 떠난다. 이곳에서 드락은 미모의 크루즈 선장 에리카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전설적인 몬스터 사냥꾼 반 헬싱의 계략으로 위험에 빠지게 된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등장하는 명장면 중 하나는 바다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몬스터 크라켄이 건물을 부수고 바닷물을 소용돌이치게 하며 드락과 그의 가족, 친구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장면. 실사영화 같은 색감과 움직임으로 박진감을 더하는 이 장면을 만들기 위해선 캐릭터와 건물을 그리는 모델링 아티스트, 움직임을 더하는 애니메이터, 하늘을 포함한 배경을 그리는 매트페인터, 건물을 부수거나 바닷물을 소용돌이치게 하는 특수효과(FX) 디자이너, 조명을 넣는 라이팅 아티스트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작업에 참여한다. 그리고 이를 한데 모아 대미를 장식하는 총괄 아티스트는 이른바 디지털 컴포지터라고 불린다.



소니픽처스의 손에 꼽히는 대작 애니메이션인 ‘몬스터 호텔 3’에는 한국인 디지털 컴포지터가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히어로물 제작에 참여했던 김지운(37·사진) 컴포지터. 소니 이미지워스의 일원인 그는 자신의 직업을 “각각의 작업 파일을 모아 자연스럽고 실감 나는 최종결과물을 완성하는 마지막 해결사”라고 소개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에 감명을 받아 캐나다 이민 후, 디지털 컴포지터가 된 그는 어느덧 경력 13년차, 미국 할리우드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블록버스터 전문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다.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라도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선 실제 장소, 건물, 풍경 등을 활용해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김지운 컴포지터는 “크루즈선을 무대로 한 ‘몬스터 호텔3’는 다양한 크루즈선의 실제 사진을 참고하며 작업했다”며 “특히 바다의 움직임이나 노을·별이 어우러진 하늘, 햇빛이 비치는 크루즈선 내부 풍경 등은 관객들의 눈에 부각되지 않지만 각 장면을 생생하게 구현하는데 공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뒤 배경을 흐리게 하거나 빛에 반짝이는 느낌을 더하거나 색을 조정하는 일명 ‘렌즈 효과’를 더하지 않으면 애니메이션은 물론 실사영화에서도 각 부분이 동떨어진 느낌을 줄 수 있다.

김지운 컴포지터는 최근에는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컴포지팅 작업에 참여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금 작업중인 스파이더맨 신작은 여태껏 보지 못한 새로운 비주얼을 표현해야 해서 작업량도 많고 컴포지팅의 역할도 더욱 커졌다”며 “하루빨리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제임스 카메란 감독의 ‘아바타’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며 자신의 꿈을 이룬 김지운 컴포지터는 한국영화에도 도전장을 내미려 한다. 그는 “최근에는 한국영화에서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영상 합성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며 “한국영화에도 꼭 한 번 참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사진제공=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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